[특파원 7신] 유럽의회 최초 ‘북한인권 청문회’ 개최

▲ 유럽의회 최초로 열린 북한인권 청문회.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데일리NK

“북한의 고통 받는 인민들에게 EU와 전세계가 그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23일 오후 3시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청취하기 위한 탈북자 청문회가 열렸다. 유럽의회에서 북한인권 관련 청문회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청문회장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이스트반 젠트 이바니 유럽의회 한반도위원회 부위원장은 청문회 개최 취지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탈북자 청문회가 ▲ EU에서 북한인권 활동을 강화하고 북한과 고위급 인권대화를 개최하는 것 ▲ EU가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이 있고, 북한이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 ▲ 북한의 억압 받는 인민들에게 전세계가 자신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부와 인권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2003년 이후 북한 당국의 거부로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면서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UN인권보고관의 발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탈북자 청문회 증언

탈북여성 인신매매에 대한 증언. 이신(女, 28세)

“도망가다 잡히면 알몸으로 오토바이에 묶여……”

언니를 찾기 위해 가족과 함께 중국에 왔다가 중국 사람들에게 인신매매를 당했다. 그들은 택시에 다섯 명이 타면 단속에 걸린다면서 동생과 나를 다른 차에 태웠다. 엄마가 타고 가는 택시가 직진을 하는데 우리가 탄 차는 우회전을 했다. 그곳에서 어머니와 이별했다. 아무리 울고 매달려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엄마는 안 팔리니까 우리만 팔았다. 그 당시 내 나이는 스무 살이었고, 동생은 열여덟 살이었다. 열살 많은 중국 남성에게 팔려가는 동생을 보고도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한창 아빠 엄마 사랑을 받을 나이에 팔려가서 19과 22살에 아기 엄마가 됐다.

그래도 나는 조선족 교포에게 시집가서 말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러웠다. 남편의 부모는 모두 정신장애 2급이었다. 낮에도 쥐와 생활하고 밤에는 하늘이 보이는 그런 집이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엄마 때문에 한 순간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남편의 친척들이 혼례를 하라고 보내준 돈으로 엄마를 내가 사왔다. 지금은 이렇게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같은 동네에 있는 한 탈북 여성은 도적으로 몰려 자살하고, 열여덟 조선 처녀는 아이를 낳다가 병원에서 사망했다. 도망가다 잡히면 옷을 벗기고 오토바이에 묶어 온 마을을 돌아다녔다. 이것이 탈북 여성의 현실이다.

전 북한 경공업성 지배인. 김태산(56세)

“피땀으로 번 달러, 국가에서 모두 가져가”

북한에는 인간의 정치적 자유, 직업 선택, 생산판매의 자유가 없다. 개인의 적성이나 요구에 관계없이 국가가 원하는 일에 노예처럼 일한다. 1995년 이후 300만 명 이상, 10%가 굶어 죽는 공동묘지의 나라가 됐다. 직업선택의 자유, 상업의 자유를 줬다면 300명도 굶어 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땅을 나눠주면 2008년부터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없다.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주재국의 거지만도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개성공단 노동자들도 남측이 지급하는 달러는 100% 국가가 빼앗아 간다. 쌀보다는 정치적 자유와 권리가 더 중요하다. 의학적인 약보다도 부족한 정치적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약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인간으로서 정치적인 권리와 자유가 보장된다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살 수 있다.

체코에서 2002년 9월 북조선 25세 미만 처녀노동자 220명이 근무했다. 처녀 노동자들의 월급은 국가에서 가져가고 개인에게는 한 달에 10-15달러를 준다. 이 달러 중 5-7 달러로 생활하고 나머지는 북한에 있는 가족을 위해 저축한다. 그들은 일년 동안 제일 싼 마카로니 국수를 물에 불려서 먹는다. 이것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리고 유방이 작아지며, 생리를 멈추기도 한다.

◆ 탈북자 질의 응답

유럽 의회 핫셀 핼머(Hatsel Halmer) 영국 유럽의회 의원이 “중국의 탈북자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김태산 씨는 “탈북자들이 안정할 수 있도록 정착촌을 건설해 도와야 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에 대한 태도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 “미국은 교묘한 나라이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통해 정치적 이미지만 올렸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탈북자를 (현지에서 구출하는데) 외면하는 남한 정부는 겉과 속이 다르다”면서 “아프리카는 돕는데 자기민족은 돕지 않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핫셀 의원이 “체코 공장 노동자를 당장 구하러 갈 테니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자 김씨는 “프라하에서 40km 떨어진 스쿠테츠, 홀리체, 빠르트비체에 6개 공장이 있지만 일체 외부의 접촉이 금지됐다”면서 “만약 UN에서 접근하면 그들은 100% 송환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인권단체 관계자가 “현재 이곳은 북한과도 먼 거리에 있지만, 북한 당국의 위협이 느껴지냐”고 물었다. 이신 씨는 “북한 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호텔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면 어떡 하나 라는 걱정을 사실 했다”면서 “북한에 가족도 있지만 탈북여성의 현실을 증언하기 위해 나왔다”고 답변했다.

1시간 반 가량의 청문회가 끝나자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와 탈북자들의 대한민국 입국 과정을 담은 영화 ‘서울트레인’이 상영이 이어졌다.

브뤼셀 = 신주현 특파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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