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苦言] 국내정착 탈북자 ‘미국행 환상’ 깰 때

▲ 지난해 미국으로 망명한 탈북자들(기사내용과 무관)

한국에 정착했다가 미국에 밀입국한 탈북자의 어려운 생활상이 며칠전 ‘탈북자동지회’ 웹사이트에 올라 탈북자 사회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글을 작성한 탈북자는 한국에서 16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직장을 갖고 정부에서 제공한 임대아파트에서 살았다. 의료보험 1종 혜택도 받았다. 이후 탈북자는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행을 결심하고, 온재산을 정리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했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언어 장벽, 불법이민자, 장시간 노동과 박한 임금뿐이었다.

이 탈북자는 글에서 잠시나마 행복했던 한국생활에 대한 그리움과 미국 현지에서 밀입국자로 겪는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리고 미국행을 꿈꾸는 탈북자들에게 미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할 것을 부탁했다.

“많은 탈북자들이 미국에 와 부끄러움에 미국에 잘 왔다고 표현하지만 한국에 비해보면 말도 못한다. 나야 이왕 와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니까 이런 모양으로 죽든 살든 가야할 운명이지만, 다른 분들이야 좀 선택의 폭이 넓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을 올린 탈북자의 국내 생활을 알아보니 그와 가족들은 먼저 입국한 새터민 출신들과 미국 이주 브로커들의 말만 믿고 무작정 미국행을 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북한 출신들이 미국 이주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처럼 유혹하자 그 말을 믿고 선뜻 따라 나선 것이다.

브로커들은 미국이나 영국에 가면 탈북자에 대한 특별한 우대정책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이다. 한국에 정착한 이후 제 3국에 입국하면 한국인 밀입국자일뿐 특별한 대책이 없다.

한순간에 불법이민자 신세가 돼 모든 재산을 날린다. 더러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확률도 매우 낮다. 난민 인정이 된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브로커들은 미국 현지에서 살고 있는 새터민들이 사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직접 보여주며 미국행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동영상은 조작된 것이었다.

영국으로 간 탈북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영국정부에 망명신청을 통해 망명승인을 받아 정착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영어를 모르고 주당 70파운드(한화 10만원)의 생계비를 받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각국 난민들에게 주어지는 거주지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다.

탈북자들은 이러한 거짓말에 속아 1천만원 이상의 돈을 브로커에게 지불하고 캐나다,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 살고 있는 새터민들 중 어려움을 극복하고 취직하여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새터민들은 한국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이미 한국을 떠날 때 임대아파트를 반환하고 수중에 돈도 남아 있지 않다. 그나마 임대아파트를 남기고 간 사람들은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으나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들이 한국을 떠날 때 기대했던 특별한 대우는 전부 거짓이라는 것과 언어 장벽 때문에 취직마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선택이 잘못이었음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옳지 못한 자세다.

그러나 지금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과 영국으로 가려고 시도하는 탈북자들이 적지 않다. 몇 사람의 말만 믿고 이민이나 망명을 결심하기보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아보고 결심해도 늦지 않다.

또한, 미국행을 시도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해 살고 많은 탈북자들에게 쏟아질 수 비난 여론도 의식할 필요가 있다. 남한행은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용기있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시 미국으로 밀입국 하는 모습은 전체 탈북자를 한국 적응에 실패한 집단으로 비춰지게 할 수 있다.

결국, 탈북자들은 언제나 좋은 여건만 주어지면 짐을 싸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덮어 씌어야 직성이 풀릴지 묻고 싶다. 사실 어렵지만 한국에서 적응한 이후 떳떳하게 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우리 탈북자 사회에도 나와야 할 것이다.

탈북자 1만명 시대다. 먼저 우리 탈북자들 자신의 정착과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형제, 동포를 위해서라도 한국 사회에 모범적으로 정착하겠다는 사명감도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