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제안] 미국 수용할까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폐기시 독자적으로 200만㎾의 전력을 북한에 공급하는 안을 골자로 한 이른 바 대북 ‘중대제안’을 북핵 문제의 주요 당사자 중 하나인 미국이 수용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경제난의 핵심은 에너지 부족에 따른 것으로, 북핵 문제의 기저에도 북한의 국가안보 차원은 물론 에너지 확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됐다.

북한으로서는 에너지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대북 전력공급 문제는 2000년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차회의에서 남북간에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극도의 대북 불신을 갖고 있는 미국이 남측에서 공급된 전력을 북한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강력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북 전력제공은 남북 신뢰구축은 물론 북한이 군사적으로 전용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그 이면에는 핵 문제로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민족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와 북한의 경제난을 동시에 타개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중대제안’을 마련했고, 이를 북미는 물론 6자회담 관련국들에게 대담하게 제안한 것이다.

그 간 정부의 행보와 설명에 따르면 이 같은 ‘중대제안’은 미측에 상세하게 설명이 됐고 일단은 어느 정도 양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6.17 평양면담’ 직후 이종석(李鍾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게 자세히 설명했고, 정 장관 본인도 지난 1일 방미시 대북 강경파의 거두인 딕 체니 부통령 등 행정부 고위관료들에게 다시 한 번 환기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12일 “미측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내가 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분명한 비핵화 메시지에 대해 ‘김 위원장이 7월 복귀 약속을 지키면 그의 메시지를 의미있게 간주하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는 비록 미측이 우리의 ‘중대제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양해하거나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의미하는 데다 북한이 6자회담의 7월 복귀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떠나기 전 공식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으며 그 내용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만 하더라도 책임있는 고위당국자가 ‘적절한 때에’ 공개할 것이라던 정부가 이날 그 내용을 전격 공개한 것은 만일 국민앞에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출됐을 경우 맞닥뜨릴 심각한 대정부 불신을 사전에 차단해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 어느 정도 미국의 양해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에서 비롯됐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이날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핵폐기 합의부터 2008년 송전시설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3년동안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중유를 공급하는 안도 중대제안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아직 미국 등 유관국간 논의가 불충분해 일단 빠진 것으로 추측된다.

작년 6월 3차6자회담 당시 미국이 배제된 한ㆍ중ㆍ일 대북 중유 제공안을 두고 북측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이 동참하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요구를 유보하겠다고 미측에 제안했지만 거부당한 바 있다.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북한이 깬 만큼 미국이 북한 지원계획에 직접 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향후 회담에서 핵폐기를 약속한다면 미국까지 참여하는 중유제공 문제를 유관국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도 “북한이 핵폐기에 동의하면 송전 개시전까지 기간에 2002년 12월 중단한 중유 공급계획이 6자회담을 통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