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미국,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동력 기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접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첫 반응은 ’놀라운 사태 진전’이라는 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전격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문제가 논의될 지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의 이 같은 반응은 ‘놀라움’과 ’기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미국 정부와의 사전 조율없이 남북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된데 대해 놀라워 하면서 이 같은 사태 진전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아가 활발히 진행 중인 북핵 6자회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지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미국 정부와 사전 조율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그동안 남북한간의 교류 협력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다만 북핵 6자회담과 북미 관계 등을 고려해 남북 정상회담도 보조를 맞추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사전 조율이 없었던데 대한 ’놀라움’이 있긴 하지만, 최근 6자회담 진전과 북미간 대화국면 등을 감안하면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미국측의 행보와 전혀 엇갈리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부합하는 측면이 크다는 게 미국 정부의 분석일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측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동북아 안보협력체제 구축, 북미 관계정상화 등을 목표로 진행 중인 6자회담에 강력한 동력을 제공해줄 것이란 기대 쪽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 들어 대립을 거듭하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치달았던 북한 핵문제는 방코 델타 아시아(BDA)란 난제를 겨우 극복하고, 영변핵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중유 5만t 공급이란 첫 단계를 막 지난 상태이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이어 영변핵시설 불능화와 전면적 핵프로그램 신고를 내용으로 한 다음 단계의 이행을 위해 이달들어 에너지,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평가되는 1단계에 비해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라는 2단계조치가 이행되기는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2단계 조치의 이행을 위해서는 북미간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하며,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북한은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를 서로 촉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 정부로 하여금 6자회담 진전에 필수적인 상호 신뢰구축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이를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의 목표 실천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할 만 하다.

그러잖아도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주축으로 한 미국 정부 내 대북 협상파측에서는 힘겹게 다다른 2단계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미국 내 강경파들의 공세가 재개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움직임이 없지 않았다.

일단은 지켜보겠지만 핵시설 불능화와 전면 신고가 가능하겠느냐는게 강경파측의 회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획기적인 한반도 화해와 협력,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의 단초가 마련된다면 미국 내에서도 대북 협상 대세론은 더욱 강화되고 협상파들의 입지 역시 확고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