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전문가 진단] “남북관계 복원, 핵문제 구태 고수”

▲ 17일 오전 김정일 위원장을 접견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1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50분까지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돌아와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미국이 우리 체제를 인정하면 7월 중에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협의를 해보겠다”는 조건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8.15 행사 때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자는 우리측 제안을 김 위원장이 흔쾌히 받아들였으며 ▲이 행사에 비중있는 당국 대표단을 파견하겠다 ▲곧 장성급 군사회담을 재개해 서해 NLL(북방한계선) 지역의 긴장을 해소하겠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합의 사항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을 들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2.10 핵 보유 성명에서 6자회담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 체제인정 시 복귀의사도 이전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 남북관계가 진전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북측이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배경에는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식량을 포함해 남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내고 북핵 문제와 관련 바람막이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복귀 가능성 언급을 했기 때문에 6자회담 재개에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타결은 어렵다. 북한의 명시적인 핵 포기 입장이 나와야 상황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정동영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을 시원시원하고 결단력있는 지도자라고 표현한 것은 재고해야 한다. 북한은 남측과 비핵화선언을 합의하고도 1차 북핵위기를 조성했다. 이런 인식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을 가져올 수 없다. 이번 회담이 북핵 관련 한∙미 공조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튼튼한 공조 위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너무 들떠서는 안 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남북관계가 원상회복되고 관계정상화를 이뤘다는 큰 의미가 있다. 북핵 문제 해결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큰 틀에서 최고지도자가 북핵 문제에 대한 그림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이 좀 더 양보를 하면 북한은 회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북핵 포기 의사는 협상과정에서 해결할 문제다.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남측 대표단을 직접 만나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북핵 관련해서는 구태의연한 입장을 반복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새로운 내용이 없다. 김 위원장이 직접 7월 복귀 의사를 언급한 만큼 다음 회담에 나올 가능성은 있다. 6자회담 복귀 의사는 중국을 통해 할 것으로 보인다.

류길재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우리 정부 대표단 숙소가 백화원 초대소로 옮겨지면서 정 장관이 김 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이 예상됐다. 이번 합의 내용도 우리의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 핵문제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북한 입장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남측에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만나준 것이다. 김 위원장이 자꾸 외교적 관례를 벗어나 깜짝 만남을 갖는 의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