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8신] 유럽의회 北인권토론회, ‘대북 경제지원’ 격론

▲ 유럽의회에서 북인권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23일 유럽의회 탈북자 청문회에 이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당초 예상과 다르게 최근 북한의 경제개혁 실체를 두고 참석자간 열띤 논쟁이 오갔다.

논란의 단초는 독일 비엔나대학 동아시아 정치경제학과 루디저 프랭크 교수가 제공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사회주의가 종말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 자본주의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경제개혁을 지원하는 것이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경제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지원을 우리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랭크 교수는 이에 대한 증거로 북한의 장마당(농민시장)과 자동차 광고 간판, 현대화된 양복점 사진 등을 제시했다. 프랭크 교수의 발제가 끝나자 탈북자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입장이 쇄도했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프랭크 교수는 북한에 돈이 들어가는 것과 자본주의가 들어가는 것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돈을 받아들이면서도 자본주의 개혁은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사진만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것이 개방이나 시장경제로 간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이 어떻게 전용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북인권 개선방안을 발표한 유세희 대표(오른쪽)

프랑스의 피에로 리굴로 <사회사 평론> 편집장은 “협상만 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비판은 하지 않고 무조건 지원을 하는 정책은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개성공단은 개혁개방의 의지를 상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소련에 대한 외부세계의 관심이 없을 때 소련 정치범들은 더욱 고통받았다”면서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1차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인권단체 관계자는 “북한의 최근 경제개혁이 정치범 수용소 문제와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물었고, 한 탈북자는 “평양의 일부 모습을 북한 전체로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프랭크 교수는 “돈이 자본주의다. 돈이 들어가면 관리들의 부패현상이 드러나고, 북한 주민들은 이에 큰 불만을 갖게 될 것”이라며 경제지원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부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긍정적인 면도 보자는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유세희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는 “북한인권문제의 특징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주민 전체가 초보적 인권(basic humanrights)마저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 <사회사 평론> 편집장, 유세희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 루디저 프랭크 비엔나 동아시아정치학 교수, 사이카 후미코 북한인권특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브뤼셀= 신주현 특파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