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동지회 김성민 신임회장] “北 독재정권과 비타협 투쟁 벌일 것”

▲ <탈북자동지회> 김성민 신임회장

<고백>

떠나던 나를 위해

아무도 울어준 이 없는 곳이 고향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나서 첫걸음 익힌 곳

못다한 나의 사랑일지 모릅니다

이 시는 탈북자 출신으로는 한국 문단에 처음 등단한 시인이자, 최근 <탈북자동지회> 대표로 선출된 김성민(43. 남) 회장의 시집 ‘고향의 노래는 늘 슬픈가’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탈북자들의 심정을 잘 대변한 이 구절에서 그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듯하다.

한국 내 정착 탈북자 6천 명 시대.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북핵문제는 물론,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무엇 하나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탈북자들의 한국 사회 적응은 더욱 힘든 과제다.

지난 16일 <탈북자동지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김성민 씨를 만나, 탈북자들의 한국정착과 관련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에 입국한 후,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활동을 해왔나

99년 2월에 한국에 들어왔다. 북한에서도 글을 썼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연세대 국문과, 중앙대 대학원 등을 수료하며 시집까지 펴냈다. 지금도 글을 쓰며 살고 싶은 꿈이 있지만, 북한문제에 대해 외면할 수 없었다.

탈북자들과 만나던 중 정기적인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01년 탈북자 모임인 <백두한라회>를 결성, 초대 회장을 맡게 됐고, 이후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을 거쳐, 지금은 <자유북한방송> 대표를 맡고 있다.

내 생계도 꾸려야 했지만 북한민주화의 길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아마 모든 탈북자들이 같은 심정일 것이다. 지금도 북한민주화 투사로서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한 일도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이게 더 중요하다는 확고한 결심이 생겼다.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면 피동적으로 밀려다니기만 했지 주동적으로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마음의 준비가 됐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북한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싶다.

▲ 탈북자 단체 간의 네트워크를 확립해 공통의 의사를 표명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탈북자동지회> 회장에 출마한 계기가 있다면

<탈북자동지회>는 설립 때부터 상황이 어려웠다. 동지회는 북한 정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정부 때 설립됐는데, 김대중 정부 시기부터 화해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당연히 탈북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단체가 정부와 뜻이 다르니, 목표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관리도 안 되고,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다. 단순히 탈북자들의 친목만 도모하자면 단체가 있을 필요가 없다.

탈북자 문제에 관한 전반적 사항에 도움을 줬어야 했는데, 이런 목표들을 뚜렷이 세워놓지 않아 활동이 미비했다. 이것은 이전 사무국장을 맡았던 내 잘못이 크기도 하다. 그런 잘못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이번 회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흩어진 탈북자 하나로 모아야

–<탈북자동지회>가 탈북자들의 구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는가

<탈북자동지회>를 탈북자들의 구심점으로 보기는 힘들다. 규모만 클 뿐, 그만큼의 역할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꾸준히 토론해 나갈 것이다.

우선 내가 가진 목표는 첫째, 진성회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진성회원들이 늘어나야 참여의식이 높아지고 동지회 활동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 이들이 진정으로 동지회 활동을 끌어나가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각 영역이나 지역별로 지구를 만들어 조직화해 나갈 생각이다. 재정적 지원은 힘들겠지만, 의욕만 있다면 성심성의껏 도와줄 것이다.

세 번째로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동지회 이외에 탈북자 단체들은 많이 있다. 우선은 이 단체들 사이에 연락망을 잘 조직하는 것을 우리 동지회의 임무로 삼고 싶다. 지금까지 탈북자 전체가 한 목소리로 일어선 적이 없었는데, 이러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정부, 원칙적 대북정책 펴야

-요즘 탈북자들의 한국 사회 적응 문제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결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예전에는 국민들과 정부가 탈북자들을 애정과 관심으로 지켜봐줬다. 그때는 정부도 탈북자들에 대한 대책을 폭넓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탈북자들을 배제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북한과 교류 협력하는 통일부가 탈북자들을 관리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자는데, 탈북자들을 돌보자니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우선 이것을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탈북자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위험수위를 넘어설 정도로 나빠졌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걸림돌이라고도 생각한다. 여기에는 우리 스스로의 잘못이 있겠지만 정부의 원칙 없는 대북정책도 한 원인이라고 본다. 정부의 정책이 바뀌기 전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현 정부는 국민들이 뽑은 정부로, 권한을 위임받았다. 때문에 문제가 아주 복잡하다. 정부가 평화번영정책을 대담히 포기하고, 북한 정권에 원칙적 대응을 할 때 동지적 관계를 이룰 수 있다.

우리도 부단히 노력해 북한민주화 투쟁에 대한 열정적 모습, 안정적인 사회정착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부도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것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탈북자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 김성민 회장은 탈북자들의 단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 한국 사회 내에서는 통일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져 있다. 통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여론을 이끌어가는 남한 언론이나 소위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은 말로는 아닐지 몰라도, 속으로는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탈북자들의 입장에서는 굶어죽고,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친척, 형제인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

북한 독재체제 변화해야 통일 가능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북한에 민주주의 정권이 서야 진정한 화해 협력도 가능하고 경제지원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 문제도 정부의 잘못이 있다. 정부가 김정일과 손잡고 대북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정부 탓만 하는지 모르겠다.

남한 사람들도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만 안다면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탈북자 데려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예컨대 탈북 입국 도우미(브로커)의 활동을 막는 정책은 반인권적 행위이다. 정부가 원칙론적인 대북관계를 세우면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북한민주화에 대한 생각은 다양할 것 같은데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한 달에 30만 원씩 받고 일한다. 한국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북한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무척이나 높다. 예전에 온 사람들은 타성에 젖은 데 반해, 최근에 한국에 온 사람들은 의욕도 높고 실천력도 있다.

탈북자들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민주화에 대해 생각하지만, 조직력이 부족하고 리더십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직 그 힘이 미비한 것이다. 최근 몇몇 탈북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대책위를 만들고 있는데, 이런 열정이 좋기는 하지만 지금은 반정부 투쟁보다는 반김정일 투쟁을 할 때다. 정부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을 잘 전달하고 이끌면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지회 회장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탈북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단결력 확보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우리 안에서 이리저리 시끄러웠지만, 이런 문제들을 제거하고 탈북자들을 하나로 뭉치는 것이 목표다. 서로 비방하지 않고 하나로 뭉쳐 힘을 모은다면, 북한민주화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탈북자들의 안정적인 사회정착도 가능할 것이다. 내 임기동안 다 이룰 순 없겠지만, 기본적인 발판이라도 만들어놓고 싶다.

–<데일리엔케이>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얼마 전에 미국 워싱턴에 다녀왔는데, <데일리엔케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마침 공개처형 동영상이 공개될 때여서 더욱 관심이 컸다. 지금처럼 북한문제에 충실한 관점을 가지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성민 회장 프로필 -1962년생 -평양 대동문 인민학교, 련광 고등중학교 졸업 -1978년~1988년까지 북한군 243군부대 복무 -1992년까지 평양 김형직사범대학 졸업 -1992~1996년까지 북한군 212군부대 예술선전대 작가(대위) -1999년 2월 한국 입국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