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교수] “中, 핵문제에서 北체제 안정화로 이동 조짐”

북한 핵문제로 인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11일 폐연료봉 인출 완료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중국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기대와 요구가 높아가고 있으나 중국은 북한에 설득의 한계와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쥐고 있는 열쇠는 무엇인가? 또 중국의 지원이 없이는 체제유지가 어려운 김정일 정권의 마음을 중국이 돌려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광운대학교 중국학과 신상진 교수를 17일 캠퍼스에서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봤다.

– 미국과 국제사회가 중국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미국은 지금 이라크와 중동 문제에 매몰되어, 북한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군사적 제재나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 등 미국이 직접 압박을 행사할 수 있는 카드도 몇 가지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이 반대하고 있고, 중국도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한마디로 중국이 나서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급격히 진행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원유와 식량지원을 중단해달라는 것이다. 최근 힐 차관보가 중국에 가서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 중단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中, 북한체제 안정 위협하는 압박은 않을 것

–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존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데.

중국도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나 북한체제가 붕괴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북한체제가 붕괴되어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역으로 편입되면 중국의 전략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체제의 안정을 위협하면서까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보다 북한 정권의 안정을 위협하는 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무게중심이 조금씩 옮겨가는 조짐이 보인다.

– 중국의 북핵 정책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진 계기가 있는가?

올해 들어 부시 대통령이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19일에는 일본과 미국이 대만해협사태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포위정책’이 미국의 대중국정책의 기조라는 생각이 그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대중국 포위정책의 일환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 북핵문제가 더욱 악화되면,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김정일 정권 유지라는 요구가 충돌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최악의 상황이 올 경우에는 중국도 난감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선택의 중요 변수는 미중관계가 될 것이다. 양국간 전략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보다는 북한체제유지에 역점을 둘 수도 있다. 물론, 현재는 북한이 핵을 가지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中, 김정일 체제 이후 친중정권 수립 바랄 것

– 만약 김정일 정권이 붕괴된다면 중국이 북한을 속국으로 만들 것이라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에게 그런 의도와 능력이 있는가?

중국은 동북아 지역, 동남아 지역, 남아시아 지역, 중앙아시아 지역 등 네 개의 전략지역이 있다. 중국은 그 가운데 동북아지역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한반도는 동북아지역의 핵심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가 중국에 경쟁적이거나 적대적인 국가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나 북한체제가 변화된다 해도 그것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더라도 친중정부가 들어서 중국식의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바랄 것이다. 최소한 중국에 비판적이지 않은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바랄 것이다. 이미 그것을 위한 조치를 눈에 띠지 않게 진행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인가?

우선, 불안정한 북한을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4년부터 원유와 식량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04년 4월에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이로 인해, 평양에 대규모 백화점이나 북한의 대형 프로젝트에 중국자본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 북한 내 생필품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그런 것들은 북한의 붕괴를 비롯한 북한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연성(軟性)적인 사전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은 먼 미래에나

– 동북아 균형자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장기적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동북아 균형외교는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중국이 미국보다 더 중요한 나라가 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미국에 편승하는 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국익에 맞지 않게 될 것이다. 다만,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다. 실용적 균형외교를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 표현방식의 문제도 지적되는데.

동북아 균형자론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방식은 세련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주변국가들에게 한국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하면서 외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교를 잘 모른 채 상황을 정면에서 돌파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운동권식 스타일이 외교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결과다.

– 북한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2-3년 후에 북한체제가 극적으로 변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중국이나 한국 정부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향후 5년 이후부터 10년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인터뷰=이광백 논설위원
정리=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