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성명 2주년] 비핵화 어디까지 왔나

북한 비핵화와 그에 대한 한.미.중.러.일 등의 상응조치 약속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 도출된지 2주년을 맞는 19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핵시설 불능화라는 새로운 목표 앞에 서 있다.

공동성명 채택 직전에 불거진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동결 문제는 올 6월말 최종해결될 때까지 비핵화 이행의 첫 발을 떼지 못하도록 막았다.

BDA 문제로 야기된 북.미 갈등은 작년 10월 북한 핵실험으로 이어졌고 미국은 6자회담 밖에서 이뤄지는 북한과의 직접접촉을 전면 거부한 채 대북 압박의 전압을 높이면서 9.19 공동성명은 한때 좌초위기를 맞는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이뤄진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 속에 6자가 ‘2개월내 핵시설 폐쇄 약속’등을 담은 2.13 합의를 도출해 내면서 9.19 공동성명은 극적으로 모멘텀을 살려냈다.

미국은 ‘비핵화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 아래 북한이 부시 대통령 임기 안에 비핵화하면 북미 수교가 가능하다는 ‘빅 딜’을 제안하는 한편 BDA 해결을 약속하면서 9.19 공동성명의 첫 이행계획서인 2.13 합의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2.13합의도 BDA 자금 송금의 기술적 난맥상 때문에 약 4개월 가량 이행이 지체되는 홍역을 치렀다. 결국 6월말에야 송금이 마무리됨에 따라 북한은 7월부터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을 시작으로 2.13 합의의 실질적 이행에 들어갔다.

2002년 말 미국의 북한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 보유 의혹 제기를 계기로 북핵 동결의 버팀목이었던 북.미 제네바기본합의(1994년)가 깨진 이후 약 4년반만에 영변 원자로의 연기가 멎게 된 것이다.

‘폐쇄’(shut down)라는 용어를 붙이긴 했지만 물리적으로 2.13합의의 1단계 조치는 거꾸로 가던 북한 비핵화 시계를 2002년 말로 돌려 놓은데 불과했다. 때문에 진정한 비핵화 진전은 미답의 경지인 2.13 합의의 2단계, 즉 ‘불능화’부터 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북한이 이른바 ‘불능화 단계’의 과제인 영변 3대 핵시설(5MW원자로.재처리시설.핵연료봉제조공장)의 불능화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핵프로그램의 전면 신고 등을 약속한 대로 연말 까지 이행할 경우 한반도에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로 가는 중대 길목인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종료 문제를 불능화 및 신고 단계 이행 성과에 걸고 있다. 때문에 만약 이 두가지 대북 제재조치가 해결되면 북한은 해외에서 돈을 빌리고 투자를 유치하는데 큰 장애가 없어지게 된다.

또 한.미는 북한 불능화 단계 이행이 진전을 보일 경우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협상을 개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불능화 단계의 로드맵을 만드는 협상은 차기 6자회담에서 이뤄지게 된다. 미.중.러 3국 대표단의 방북 시찰을 수용하고 우라늄 농축 장비인 알루미늄관 수입 사실을 시인하는 등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행보는 로드맵 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느 당국자, 어느 전문가도 북한이 핵포기 결단을 내렸다고 쉽게 단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불능화 단계를 이행해도 여전히 북한에는 50kg 상당으로 추정되는 무기급 플루토늄과 그 플루토늄을 사용해 만든 핵무기 또는 핵폭발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9.19 공동성명의 운명과 직결되는 북한의 비핵화 결단 여부는 플루토늄과 핵무기의 처분을 놓고 벌일 마지막 담판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북미.북일 수교, 평화협정 체결, 대북 경수로 제공 문제 등 묵직한 이슈들을 놓고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벌일 일괄타결식 담판은 이르면 올 연말 불능화 단계가 진행되는 중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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