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8주년] 남북관계 현황과 전망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인 6.15공동선언이 회담이 성사된 지 8년에 즈음한 13일 현재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연 ‘기념비’라기보다는 남북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겨진 양상이다.

지난 2월25일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과거 10년간 남북관계 발전의 상징인 6.15선언과 지난해 2차 정상회담의 산물인 10.4 선언 외에 남북기본합의서, 7.4 공동성명 등 남북간 모든 합의를 놓고 이행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그런 우리 정부가 6.15선언와 10.4선언을 부정한다며 남측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 올해 6.15 남북공동행사(6.15~16.금강산) 역시 민.관이 함께 참여해 비교적 성대히 치러졌던 과거와는 달리 민간 차원에서나마 6.15선언의 ‘불씨’를 이어간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할 정도로 규모가 축소됐다. 작년 총리회담에서 합의됐던 민.관 공동 6.15 행사 개최는 무산됐고 행사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6.15 8주년을 즈음해 금강산에서 성대하게 치르려했던 이산가족 특별 상봉행사도 무산됐다.

사실 이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6.15선언은 첫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이라는 정치적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남북관계의 ‘대헌장’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그 의미가 퇴색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번도 6.15 선언을 부정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두 선언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대신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강조했고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만든 올해 ‘북한이해’와 ‘통일교육 지침’ 등에서도 6.15의 의미를 서술한 대목은 작년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그리고 6.15 선언을 ‘이적문서’로 평가한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이 신임 통일교육원장 2배수 후보 안에 들어가 있는 것도 이 정부에서 6.15선언의 현 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6.15선언 1,2항에 북측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정신과 연방제 통일방안이 언급된 점, 두 선언에 비핵화 공약이 적시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한 현 정부의 비판적 인식이 6.15에 대한 사실상의 재평가로 연결됐다고 평가한다.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남측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감지한 북한은 남측이 6.15, 10.4 선언의 이행을 공언하지 않는 한 남북 당국간 대화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선언은 최고지도자가 서명한 문건이라는 점에다 10.4선언에 담긴 경협사업이 북한 경제회생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점, 6.15선언이 북한 체제에 대한 정치적 안전판을 담고 있다는 점 등이 북한이 두 선언을 중시하는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최근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6.15와 그것을 계승.발전시킨 10.4선언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을 보임으로써 북한의 이런 인식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두 선언을 승계한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6.15, 10.4 선언을 포함한 모든 남북간 합의를 놓고 이행 방안을 협의하자’는 기조 하에 두 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김하중 통일장관이 12일 서울에서 열린 6.15 8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햇볕정책’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은 장면을 연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참모를 통해 김 전 대통령 측에 금일봉과 화환을 보낸 것은 그런 행동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더 나아가 12일 김 장관의 ‘6.15 축사’를 통해 ‘만나서 오해를 풀고 6.15, 10.4 선언 이행 문제를 논의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가 두 선언을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니 정치적인 명분싸움을 접고, 만나서 실질적인 이행을 논의하자는 ‘실용주의적 접근법’을 제안한 것이다.

북한이 정부가 내민 손을 언제 잡을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북측이 지난 달 옥수수 5만t 지원과 관련한 남측의 접촉 제안에 답을 주지 않은 채 대남 비난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비관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정부의 행보에 담긴 의미를 신중히 따져보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6.15선언에 대해 남북 모두 실용적이면서 상호 체면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현재의 기조대로 6.15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말과 행동을 통해 계속 보여주고 북한은 우리 정부에 6.15이행을 말로 약속하라는 요구를 자제하는 등 대화의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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