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8주년] 北 ‘금과옥조’로 훼손 불용 입장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떠난 그 어떤 논리도 북남관계의 기초가 될 수 없다.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선언을 부정하는 무리와 절대로 상종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흥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4월14일 노동신문 논평)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해 “북남관계 발전과 통일위업 실현의 기초”라며 두 선언이 “결코 정치적 흥정물이 될 수 없으며 일개 정상배가 부정한다고 그 민족사적 의의가 훼손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변화했으며 이 선언에 기초해 지난 8년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졌음을 부정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역사반란 행위”(4월29일 노동신문)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0.4선언에 대해서도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알리는 장엄한 선언”이자 “빼앗길 수 없는 6.15의 전취물”이라며 크게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논리에 기초해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함께 10.4선언에 대한 존중과 이행 의지를 보여줘야 남북관계 진전이 가능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를 논평하는 글에서는 어김없이 남한 정부를 향해 6.15, 10.4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동시에 두 합의를 무시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매국 반역행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월1일 새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논평원 글’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고 못박고 “이명박은 지금까지의 우리의 인내와 침묵을 오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조국통일연구원도 지난 1일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발표한 백서에서 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를 통치구호로 내들면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자자구구 난도질을 했다”면서 기본합의서를 중시하는 새 정부의 입장과 관련, “10여년 전에 아래 급에서 이뤄진 합의서만 내세우는 것은 선언들을 백지화해보려는 고약한 심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조국통일연구원은 또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고 북남관계를 차단하자는 데 근본 속셈이 있다”며 “이 구상은 민족의 이익을 외세에 팔아넘기고 동족 사이에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고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기 위한 반통일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6.15 통일시대의 흐름은 그 무엇으로도 가로막을 수 없다”(신년 공동사설)는 기본 입장에 따라 6.15공동선과 10.4선언 이행을 남북관계 발전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이처럼 6.15공동선언 이후를 “6.15 통일시대”로 규정하는 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배경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차례 정상선언에 직접 서명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인식과 체제 선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6.15공동선언은 남북관계에서 ‘김일성 시대’가 막을 내리고 ‘김정일 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기본 문서’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최근 온라인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민족단합정신이 뜨겁게 맥박친 6.15 평양상봉’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공동선언 채택이 김 위원장의 “대용단”에 따른 것이라고 선전하는 것도 남북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성과를 김 위원장이 주도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측 정부가 6.15공동선언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느냐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 문제와 직결돼 있다”면서 “북측에서 ‘최고지도자가 나서서 열어놓은 새로운 통일시대를 남측이 의도적으로 무시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면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움직일 여지가 그만큼 사라진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결단’으로 평가하고 있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남한 정부가 “명백한 입장 표시”를 하지 않은 채 이를 건너뛰고 새롭게 논의하자는 식으로 나온다면 남북관계 전반에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이어 “과거 정부가 시대정신을 반영해서 만든 합의문서는 그 당시의 시대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이를 부정하거나 무시할 필요는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친북좌파, 잃어버린 10년’ 등의 집권구호 대신 과거의 합의를 인정하고, 정상회담을 통해 새 시대에 맞는 합의를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북한은 6.15공동선언을 기점으로 남북관계가 합의의 국면에서 실행의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6.15, 10.4선언에 대해 남한 정부가 분명한 입장과 태도를 밝히는 것은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당장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대남 비난에 주목하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론을 거론하기 보다 포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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