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7년] 최대 장애로 부상한 북핵


“거꾸로 가려 하다가 결국 제자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일곱 돌을 맞아 북한 핵 문제의 궤적을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2000년 6월1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당시는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행을 착실하게 이행하던 시기였다.

북한의 2인자로 불리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미국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각각 상대방 수도인 워싱턴과 평양을 방문하는 등 북.미 관계는 `핵을 넘어’ 급속한 관계정상화를 지향하고 있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전격 방문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됐었다.

그러나 2001년 1월20일 8년간의 민주당 시대를 마감하고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이 급변했다.

결국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대통령 특사) 일행이 평양을 찾은 것을 계기로 이른바 고농축우라늄(HEU) 파동이 일었고 이는 이른바 제2차 핵위기로 이어졌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북한에 주던 중유 제공이 끊어졌고 북한은 핵무기비확산협약(NPT) 탈퇴로 대응했다. 이라크 전쟁과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이 한반도에서도 현실화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대북 영향력이 강력한 중국이 개입, 이는 곧 2003년 4월 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3자회담으로 이어졌고 다시 8월에는 3국 외에 한국과 일본과 러시아가 가세하는 북핵 6자회담으로 확대됐다.

6자회담의 진행은 역시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의장국 중국과 `창조적 협력자’인 한국이 적극 노력한 끝에 2005년 9.19 공동성명이 탄생했다. 그러나 북한 핵 폐기를 지향하는 정신을 담은 이 성명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아 용도폐기될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전대미문의 핵실험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핵을 가지려는 북한을 상대로 부시 행정부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협상을 선택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9.19 공동성명을 실천적으로 담보하는 문서로 평가받는 2.13합의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북핵 불능화와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 북.미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한 2.13합의는 북한과 미국이 7년의 세월을 돌아 다시 관계정상화를 지향하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듯 북한은 2.13 합의 직후 협상대표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미국 뉴욕에 보냈다.

손잡은 북한과 미국을 보면서 국제사회는 흥분했다. 올해 안에 북.미 양측이 수교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북한이 핵을 정말로 포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와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한 과감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희망은 서서히 허망함으로 바뀌었다. 9.19 공동성명 이후 한동안 6자회담의 발목을 잡았던 BDA 망령이 되살아난 때문이다.

BDA 문제가 ‘조만간 해결된다’던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의 장담은 거듭 허언이 됐다. 가시적 진전 없이 2.13합의에서 정한 60일 시한(4월14일)은 물론 어느덧 6월 중순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상황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들은 “BDA문제가 임계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BDA 해결 후에는 쾌속선을 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장담은 물론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의지가 여러차례 확인된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발표 등을 통해 2.13합의의 중요성과 자신들의 약속이행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해왔다.

따라서 현재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관련국이 개입된 해결방안이 잘 진전되면 상황은 언제든 개선될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강조한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BDA 이후의 북핵 로드맵’ 작성에 주력하고 있다. BDA문제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BDA 문제가 대략 이달내 해결되는 것을 전제로 미국은 조만간 제3국에서 북한과 양자회담을 통해 6자회담 프로세스 복원을 위한 첫발을 내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6자회담이 다시 열리고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평양을 방문해 가동중단 또는 폐쇄 준비에 들어간 영변 핵시설을 시찰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북한과 미국간 관계정상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기 6자회담에서 2.13합의 이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이 발족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한때 총부리를 겨누었던 적대국들이 모여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게 되는 것이다.

BDA문제로 답보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남북한은 경의선.동해선 철도시험운행을 현실화하는 등 한반도 내부의 상황은 매우 밝은 편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가 2.13합의에 규정된 내용성을 현실화하면 이는 곧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바로 7년전 남북정상회담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BDA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할 경우 6자회담의 협상 동력 소모는 물론 남북관계의 진전도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협상의지 등 전체 상황을 보면 비관적 상황은 아니다”면서 “BDA 문제해결을 최대한 앞당기고 2.13합의 이행을 구현하는데 모든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물론 2.13합의가 이행되더라도 이후 넘어야할 산 역시 험난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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