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시대 북한] “南없인 못살아..의존도 심화”

“북한은 남한 도움없이는 연명하지 못한다”, “북한에도 남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등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한의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과 남북 경협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효과’가 있는가라는 의문에 당국이나 북한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표적인 북한의 변화상들이다.

남북관계 변화의 상징적인 행사였던 ‘5.17 남북철도 시험운행’ 외에, 수치로 봐도 1999년 5천599명이던 방북 인원이 지난해는 10만838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었고, 남북 교역액도 같은 기간 3억3천300달러에서 13억4천900달러로 증가하는 등 괄목할 변화를 보였다.

북한의 변화중 가장 의미있는 것은 시장경제 ‘학습 효과’와 남한에 대한 의존도의 증대.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이미 1만5천명을 넘어선 북측 근로자들의 ‘시장경제 학습장’이 됐다.

이들은 남한 기업이 운영하는 신발제조, 봉제, 기계조립 등 다양한 분야의 공장 현장에서 선진 기술도 체득하고 있다.

남북경협 초기 남한 단체나 기업의 지원을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북측에서 먼저 사업 아이템을 찾고 적극적으로 투자와 협력을 제안해오는 등은 북한의 시장경제 ‘마인드’에 끼친 영향을 짐작케 한다.

2000년대 초 남측과 활발한 교류를 시작하며 주목받아온 정성제약연구소가 대표적인 사례.

이 연구소는 남측의 지원단체들과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논의하기 시작하더니 알약공장과 수액제공장을 차례로 준공했다. 최근에는 남측 산과들농수산과 함께 개성공단에 마늘 까는 공장도 설립하는 등 ‘문어발식’ 경협 전략을 펴고 있다.

북한은 장기간의 경제난으로 전력이나 물류 등 산업 인프라가 엉망이 된데다 인적.물적 자원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남한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아 지탱하다보니 ‘남한 의존형’ 경제구조가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한 경제는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로 바뀌었다”며 “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한국으로부터의 자원유입이 없으면 도저히 지탱하지 못하는 체질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지원은 북한경제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최소한의 플러스 성장세를 지속케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면서 “2005년엔 남한의 지원액이 북한의 자체 수출보다 훨씬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7년간 남북 교류와 협력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남한은 부자”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평양 방문이나 금강산 관광 등을 위해 방북하는 남한 주민이 연간 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북측 주민들은 남한 사람들의 씀씀이와 차림새 등을 통해 “남한사람이 사는 형편이 훨씬 낫다”라고 짐작하고 있다.

지난달 방북했던 한 인사는 북측 안내원이 “처음에는 남조선에서 잘사는 사람들만 선발해서 공화국(북한) 방문을 허락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엔 그런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남측은 경제는 잘 되는 것 같은데 정치꼴은 말이 아닌 것 같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남녘에서 지원되는 품목의 ‘출처’가 그대로 알려져, 이제는 별다른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면서 남한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김영희 선임연구원은 “6.15 정상회담에 이어 룡천역 폭발사고로 남한 지원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사람드링 자연스레 남녘 물품에 익숙해졌다”면서 “지금은 남한의 중고품이 중국 신상품이나 일본 중고품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남한의 최신 유행을 따르려는 ‘한류’가 불고 있다는 소식도 정보당국이나 탈북자 등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 대중음악이 유입되면서 북한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이를 보지 않으면 ‘왕따’ 취급을 받는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나올 정도다.

남녘 문물에 익숙해지면서 북녘의 의복, 헤어스타일도 남녘의 유행을 따르고 있다는 목격담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 정부가 최근 ‘자본주의 사상침투’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언론매체를 통해 “사상.문화 침투책동에 경각심을 높이고 철저히 막는 것은 현시기 절박한 요구”라며 부르주아 문화 유입을 경계하는 모습은 북한에 불고 있는 ‘한류’를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북지원이나 남북경협을 ‘통일 투자’로 보는 시각과는 달리 “북한 체제유지를 돕는 퍼주기”로 보는 보수진영에서는 바람직한 변화보다 독재체제를 연명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대북지원과 경협 확대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있는 독재체제의 유지를 도와줘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것.

더욱이 북한이 2.13합의에도 불구하고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지연을 이유로 핵 폐기 초기조치 이행을 늦추자 대북지원과 남북경협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는 “북한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많지만 북한은 전략적 변화보다 전술적인 타협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며 “북한은 경제난에 봉착하자 체제유지를 위해 2.13 합의를 했을 뿐인데 완전한 핵포기와 개혁개방으로 보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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