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5년] ③ 4개국, 성과와 아쉬움 평가 엇갈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출범 5주년을 맞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그간 이뤄진 북핵 불능화 성과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각기 다른 만족감과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장장 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6자가 머리를 맞대고 북핵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누가 주도적 역할을 했느냐, 이해관계는 어느 정도 관철됐느냐, 발언권에서 소외됐느냐 등에 따라서 평가가 갈리기 때문이다.

◇미국 =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집권 2기에 들어서 대북 강경책에서 대화.유화책으로 정책적 전환을 시도, 6자회담이라는 다자협상 채널을 통해 북핵폐기를 위한 중대한 전기를 마련한 것에 일단 고무돼 있다.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란의 핵의혹 등이 불거질 때마다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한 유용한 수단의 본보기로 6자회담을 거론할 정도로 그간 전개돼온 회담의 프로세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때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전폭적 신임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 적어도 북한의 추가적인 핵개발 활동에는 일단 쐐기를 박았다는 점은 평가할만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법에 회의적인 시각도 미 의회 내에는 적지 않다. 특히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려는 부시 행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보수세력의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6자회담 참가 당사국들이 모두 수용하고, 만족할 수 있는 북핵 검증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여러 이해당사국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도 하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6자회담은 그간 북핵불능화 과정에 상당부분 기여한게 사실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이해당사국이 모두 만족해야 하는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프로세스 자체는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11일부터 가능했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유보’하고 있는 것도 아직까지 북미 협의에서 6자회담 당사국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검증 매커니즘이 확보되지 못한 탓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협의를 통해 검증체계에 대한 합의를 견인하고, 이를 6자회담 테이블에서 `추인’받는 과정을 거치는 방법으로 6자회담의 추동력을 살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 북핵3단계를 마무리짓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현재 대선국면에 접어든 만큼 북핵문제가 미국의 각종 현안 가운데 어느 정도의 위치를 점하느냐가 북핵 해법을 위한 6자회담의 진행 속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5년동안 6자회담을 지탱해 나가는데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외교력을 발휘해 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중국은 9.19 공동성명, 2.13 합의, 10.3 합의를 비롯해 지난 7월 열린 6자 수석회담 언론발표문에 이르기까지 특유의 협상력과 중재력을 발휘, 위기의 순간에 `구원투수’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전통적 혈맹관계이지만 국경을 맞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 자체가 일본 핵무장의 빌미를 제공하고, 결국 중국의 역내 패권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핵문제를 `관리’하는데 적극 뛰어든 측면이 있다.

또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절실한 중국은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적극 노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국제사회 내 입지를 다지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6자회담과는 다른 트랙을 통해 북한이 미국 및 일본과 직접협상에 나섬으로써 자칫 거름만 대주고 과실은 미.일이 챙겨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와 북일 관계정상화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북한이 미.일과의 `직거래’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도출해 내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취임 이후 첫 해외방문국으로 북한을 택하고 올림픽을 통해 북중 우호 관계를 과시하는 등 6자회담에서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막강했던 영향력을 복원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일본 = 6자회담 출범 이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최우선시했던 일본은 지난 13일 새벽 6자회담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납치문제 재조사 착수 및 대북 경제제재 일부 해제라는 원칙에 합의한 것을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先) 납치문제 해결-후(後) 경제제재 해제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바람에 다른 국가들로부터 6자회담 진전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등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 출범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은 대북 유화노선을 견지하면서 몇차례의 탐색전을 거쳐 선(先) 납치문제 해결, 후(後) 경제제재 해제라는 그간의 강경 입장에서 물러나 `납치해결-경제제재 해제’ 병행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런 일본의 전략 변경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북한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데 따른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라는 목표를 달성한 뒤 양측간 합의를 뒤집거나 납치 피해자 재조사에 미온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러시아 = 러시아는 2003년 8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출범 이후 회담 과정에서 어떤 중대한 의견개진을 하기보다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적극 지지하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러시아는 앞으로도 이런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2000년 이후 고공행진해온 에너지 가격 등의 덕택에 강대국으로 부활한 만큼 6자회담에서도 차츰 ‘자신감’있는 행보를 보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방인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기여함으로써 한반도와 관련한 경제적 실익도 챙기겠다는 ‘계산’에서다.

다만 문제는 그루지야내 남오세티야 독립문제로 촉발된 그루지야-러시아간 전쟁과 관련, 6자회담 당사국인 러시아와 미국간 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현재로선 관계개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미국이 유럽과 중앙아시아간 에너지 파이프 통과지역인 카프카스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6자회담을 포함한 전반적인 국제문제에서 원활한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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