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6개국 득실

제6차 6자회담이 결국 휴회 선언으로 쉼표를 찍으면서 6개국의 성적표에 눈길이 쏠린다.

일단 이번 회담은 애초 거론됐던 목표의 달성은 고사하고 헛바퀴만 돌리다 끝났다는 점에서 모두가 낙제점을 면치 못하게 됐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목표가 ‘2.13합의’ 이후 60일 내에 이행할 조치를 점검하고 그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의 북한 돈을 전액 반환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좌 이체에 시간이 걸리면서 북한이 사실상 회담에 응하지 않은데 있었다.

또 전액 반환 방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돈이 수중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회담 테이블에 앉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예상치 못했고 계좌 이체의 방법이나 이체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미처 계산에 넣지 못했다.

‘예습 부족’ 탓에 성적이 제대로 나올리가 만무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승자 없는 회담이었다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쏠쏠한 재미를 본 곳이 북한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북한은 BDA 자금의 전액 반환을 사실상 회담 진전의 조건으로 내걸면서 회담 개막 직전에 미국 재무부로부터 2천500만달러를 전액 반환한다는 발표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나아가 회담 개막 이후에도 북측 대표단장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회담장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신속 입금’을 강조했고 미국과 중국 등으로 하여금 계좌이체 작업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2천500만달러는 북한 수중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의 득이 가장 많다는 관전평을 낳고 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다시 보여준 북한의 상식 밖의 행동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른 참가국의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약으로 보이지만 독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대표단은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인다.

일단 국무부 중심의 대표단 입장에서 볼 때는 재무부를 설득해 BDA 문제를 사실상 종결하면서 향후 2.13합의를 본격 이행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을 득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한국 대표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하기 시작한 창의적인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이 BDA가 풀리면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BDA 카드가 갖는 양면성 가운데 비핵화를 위한 초기 실천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득이지만 유력한 대북 압박 카드를 써버렸다는 점에서는 실(失)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이를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은 ‘실수’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 내 대북 협상파와 강경파 사이에 득실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엿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입금을 회담 참여의 조건으로 내건 북한의 행동이 전반적으로 협상파의 협상력과 재량권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강경파에겐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한국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연내에 북한 핵시설 불능화를 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불능화 개념 정립은 고사하고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등 초기조치 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갈 길이 멀고 급한데도 불구하고 나흘 간 허송세월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BDA문제 해결을 위해 마카오 당국과 협조하면서 비핵화를 향한 길을 닦은 것은 나름대로 평가받고 있지만 대북 설득에 실패하고 과실 없는 휴회를 맞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차기 회담 일정 역시 잡히지 못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납치 문제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대북 상응조치 대열에서도 이탈해 있는 상황에 비춰 회담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 오히려 득이 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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