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6개국 `득과 실’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에 참석한 6개국은 전례없이 원만한 분위기에서 협상을 치르며 서로 `밑질 것 없는 장사’를 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각 참가국은 당초 은근히 기대했던 불능화 시한 설정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시한 설정의 필요성 등 추가 논의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함으로써 차기 회담에 대한 모멘텀을 확보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의장성명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결과물이 협상 마지막 단계에 `언론 발표문(프레스 코뮤니케)’으로 격하되긴 했으나 `허심탄회한 논의’가 목표였던 이번 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리기는 어렵다는게 한국 등 회담 참가국의 판단이다.

각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에 이어 4개월만에 재개된 이번 6자회담에서 다음 단계에 대한 각자의 아이디어와 구상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협의했다.

◇북한 =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회담장에 나온 북한은 2.13 합의에 따른 불능화 이행 약속을 선선히 재확인하면서 회담장 분위기를 주도했으나 역시 구체적인 문제를 합의하는데 있어선 한발 뒤로 빠지는 등 노련한 협상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북한은 기술적 문제 등을 들어 한.미가 요구한 구체적인 불능화 시한 설정을 빠져나갔다.

또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핵 폐기 및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보여주면서 북한도 국제사회에 협상 가능한 상대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이르렀다. 국제사회도 북한에 대한 각종 경제제재 해제 및 금융체제 편입 문제 등을 긍정 검토하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추측도 나온다.

북한은 일단 불능화 시한설정의 필요성에는 동의함으로써 중유 95만t 제공 등 나머지 참가국의 상응조치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받았다. 이는 북한의 경제난 및 식량난 타개에 절대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자회담의 궁극적 목표인 핵무기 신고 의사까지 시사함으로써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훌쩍 넘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놓고 `빅딜’할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점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 = 일단 미국은 목표인 불능화 시한을 설정하는데는 실패했으나 차기 회담에서 논의를 이어나갈 동력을 확보하면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상기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표정이 이를 반영한다. 가시적 성과는 다음 실무그룹 회의나 양자접촉으로 미루고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기회가 됐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이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자평한 뒤 “실무그룹 회의에서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 지에 대해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로서도 일단 내부 네오콘 등 대북 강경세력의 대북 경계심과 의구심을 다소 누그러뜨리며 이라크전 실패에 대비한 하나의 외교적 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한국 = 회담 초반 북한이 연내 불능화 의사를 갖고 있다고 전하며 회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일조했으나 결국 불능화 시한을 정하는데 실패하자 나름의 회담의미를 애써 강조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번 회담에서 어느 누구도 중요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오지 않았다”며 “각측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와 구상을 꺼내고 우려사항과 생각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충분한 협의를 가졌으며 다음 단계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기초를 세웠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국은 북.미를 오가는 중재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북핵 폐기를 위한 이행단계가 본격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 = 북한과 미국 사이를 활발히 오가며 협의를 주선하거나 중재하기 보다는 북한과 미국의 양자 협의를 오가며 양자를 방임해둔 채 협상 수위를 조절하는 새로운 역할을 선보였다.

BDA 문제 해결에 이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로 회담 초반부터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자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는데 주력했고 또 이런 중재전략이 적중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일본 = 당초 납치문제를 거론키로 작정하고 나왔던 일본은 회담이 북미 양자협의를 위주로 전개되며 북한이 불능화 및 신고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자 처음부터 맥이 풀려버렸다.

19일 북일 양자협의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으나 일본은 되려 북한으로부터 일본의 `조총련 탄압’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집중 추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납치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별다른 논의 의제가 되지 못했다. 일본이 자국 정치적 상황을 들어 참가국간 상응조치 분담에 소극적인 것도 은근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납치문제 제기와 북한의 반발로 소강상태였던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다른 실무그룹 회의와 함께 다음달중 열기로 합의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 = 북한에 2.13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원칙적인 자세를 갖고 회담에 임했던 러시아는 북한의 전력 사정에 정통한 점을 활용, 참가국들이 내놓을 상응조치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회담 석상에서 역할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북한이 6자 참가국 가운데 러시아를 가장 신뢰하고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나머지 참가국과 북한을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맡았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