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10.3합의 마침표..’검증’단계 시동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10.3합의’ 이행문제에 마침표를 찍고 북핵 검증이라는 새로운 단계를 향한 출발 신호를 올렸다.

9개월여만에 베이징에서 사흘간 열린 제6차 6자 수석대표회의는 합의문 성격의 언론발표문을 통해 10월말까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와 경제.에너지 지원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고 납치문제로 지원에 불참하고 있는 일본을 제외한 한.미.중.러의 지원 일정까지 명시했다.

대북 지원문제에 대한 목표일정을 설정함으로써 북한의 불만을 잠재우고 불능화 조치를 가속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여기에다 북한의 핵신고에 따른 검증체제 수립과 관련, ▲시설 방문, 문서 검토, 기술인력 인터뷰 ▲필요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문과 지원 등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

또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과 핵확산 문제를 염두에 둔 ’감시체제 구축’과 관련해서도 6자회담 수석대표로 감시기구를 구성하고 적절한 당국자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이번 회담을 ’검증 회담’이라고 규정할 만큼 검증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회담의 가장 큰 과제였다는 점에서 검증의 원칙적 틀을 마련한 것은 적지않은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과정과 나머지 나라들의 상응조치 실현 과정에는 적잖은 난제들이 숨어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는 시점인 다음달 11일까지 북미 양측 모두 만족할만한 ’검증계획서’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 작업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최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조치에 대한 의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깐깐한’ 검증계획을 세워야만 하고 특히 이 계획서를 의회에 제출해 수용하도록 해야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반면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가 명시적으로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도높은 검증체계를 수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모든 사찰이 ’주권 침해’적 요소를 가진다는 점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 수준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의 어느 시설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검증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게 되면 논의 내용의 방대함 등으로 미뤄볼 때 한달 남은 일정이 매우 빠듯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과학적인 장비에 의해서 시료도 채취하고 방문지도 설정하는 것들은 상호 합의하는 방안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검증 이행계획을 만드는데서 어려운 절차가 남아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의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다른 정부 고위소식통 역시 “앞으로 실무협의과정을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고대해온 테러지원국 해제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논의과정에서 예상되는 적잖은 마찰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검증계획서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합의에서 중국과 한국이 비중유 잔여분 제공일정을 8월말까지로 명시함으로써 북한의 호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다 10.3합의 이행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일본 변수’도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이번 발표문에서는 일본의 의무이행에 대해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가능한 조속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제.에너지 지원에 참여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목표 일정인 10월말까지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원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셈이다.

따라서 일본이 지원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이 대납을 하거나 아니면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결과로 일본이 지원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본 불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한국과 미국이 대납함으로써 상황을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합의문은 6자외교장관회담이나 동북아시아 평화안보포럼 등에 대한 내용도 담았지만 두루뭉수리한 형태로 원칙만 언급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6자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회담 개최일정 등에 대해서는 명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은 있었고 각국 마다 일정이 있어서 다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6자 외교장관회담도 베이징에서 개최할 것이라는 장소에 관한 합의를 이뤘다”며 이 문제에서도 한발짝 진전이 있었음을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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