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왜 결렬위기 처했나

베이징에서 8일 시작된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이 예정된 사흘간의 일정을 마쳤지만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결렬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과 미국간 입장 차가 워낙 극명해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미국 부시행정부의 마지막 6자회담은 아무 성과없이 끝나고 임기내에 어떻게든 비핵화 2단계(불능화 및 중유지원) 마무리를 위한 시간계획표를 짜겠다던 희망도 물거품이 될 처지다.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0일 회의가 끝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전혀 진전이 없었다”면서 “북한은 우리가 희망하는 내용을 수용할 준비가 안돼 있다”고 말해 회기가 연장되더라도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 본부장의 발언처럼 사흘간의 회기에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다양한 양자접촉과 전체회의를 통해 검증의정서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지난 7월에 합의된 내용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6자는 7월 수석대표회담에서 ▲6자의 전문가로 검증체제를 구성하고 ▲검증조치는 시설방문, 문서검토, 기술인력 인터뷰 및 6자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기타조치를 포함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관련 검증에 대해 자문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당시 합의된 내용을 구체화해 검증의정서를 채택하는 것이 가장 큰 의제였다.

쟁점은 북한의 핵과거를 파악하는데 필수적인 시료채취를 북한이 받아들이느냐였다.

한.미.일 등은 시료채취와 핵검식 등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과학적인 검증절차가 필요하다고 북한을 설득했지만 북한은 `북.미간의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시료채취는 북한의 핵능력을 까발리는 것이기 때문에 주권적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측이 회람한 초안에는 시료채취라는 단어 대신 이를 의미하는 다른 표현이 담겼지만 북한은 이 방안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소식통은 “시료채취 부분은 한 단어가 아니라 아주 길게 표현돼 있지만 보면 시료채취와 가깝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0월 평양협의에서 `과학적 절차에 의한 검증에 합의했고 시료채취도 북한이 구두로 양해한 사항’이라며 북한을 설득했지만 북한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북한은 `7월에 합의한 시설방문, 서류검토, 면담만 해도 과학적 절차’이며 시료채취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논의중에 여러 내용이 나올 수는 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문서로 합의된 사항’이라며 시료채취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미.북간에 토의내용에 대한 공동의 이해사항을 해석하는데 있어 시각의 편차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회담 소식통은 “미국은 평양협의만 믿고 시료채취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는데 결국 북한에게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강경한 협상태도에 비춰볼 때 애초부터 검증의정서에 합의할 생각은 없고 경제.에너지 지원만 받아가려고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이번 회담의 의제를 `2단계 마무리’라고 주장해 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 협상하기 위해 최소한의 성의만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면 북한의 오판”이라며 “검증에 있어 오바마 행정부는 더욱 강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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