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신속한 불능화’ 추진 배경과 전망

제6차 6자회담 2단계회의 첫날 회담에서 연내 북핵 불능화를 달성하기 위해 추구해야할 ‘속도’와 ‘수준’이라는 두개 가치가 상충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참가국들에게서 이 두가지 가치 중 속도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첫 전체회의를 마친 뒤 “(연말까지) 3개월이라는 시한 안에 할 수 있는 불능화 조치에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내년초 핵폐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데 불능화를 얼마나 더 철저히 하느냐를 가지고 두세달 더 협상을 하면 그 만큼 핵폐기는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해 신속한 불능화에 힘을 실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불능화와 신고문제에 대해 북한과 여타 국가들간에 차이가 있다는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 핵시설 불능화 방법에 대략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해 미국도 조속한 불능화에 주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불능화의 속도에 강조점을 싣는 것은 어차피 북한 핵시설이 가동 중단돼 추가적인 플루토늄 생산이 불가능하고 궁극적인 목표점인 핵폐기로 가는 중간단계에서 설정된 핵불능화 단계인 만큼 수준에 집착하기 보다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불능화를 달성, 핵폐기라는 궁극의 목표에 치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또 연내 불능화에 도달한다고 할 때 물리적으로 3개월 정도의 시간만 남아 있다는 점에서 방사능 오염 제거 등이 필요한 높은 수준의 불능화에 도달하기는 어렵다는 기술적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불능화의 속도를 높임으로써 북핵문제의 주요 당사국인 미국과 한국이 가지게 될 정치적 이점도 감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일단 불능화에 돌입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들어갈 명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핵폐기를 시작하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긴 현시점에서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외교적 실패를 북핵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이루기 위해 다음 단계로 발빠르게 넘어가기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불능화에 타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과 북한의 대립 속에 중재역할을 해온 한국 정부도 다음달 2일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가동중단의 다음 단계인 불능화를 조속히 마쳐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야당 등 정치권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북핵폐기를 거론하고 있는 만큼 다소 낮은 수준이더라도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를 향한 진일보한 발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정치적 공세로부터 벗어나려는 계산도 했음 직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불능화라는 성과에만 집착해 수준을 도외시한다면 합의를 만들어 놓고도 정치적 역풍에 직면해 6자회담의 동력을 훼손하는 결과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론도 적지않다.

한 전문가는 “미국 내에서도 불능화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진 것 같지 않다”며 “자칫 적당한 수준의 합의가 미국 협상파의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납치문제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일본쪽에서도 6자회담에 회의론을 제기할 수 있고, 국내적으로도 북핵문제 해결에서 지나치게 성과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보수진영의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한 듯, 정부 고위당국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핵폐기를 개시해야 하고 불능화는 비핵화의 시작 단계이자 핵폐기로 가는 임시적인 중간단계”라며 “불능화는 핵폐기라는 보다 강력한 조치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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