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비중 커진 실무그룹 회의

북핵 6자회담 2.13 합의의 산물인 5개 실무그룹들의 비중이 한층 커졌다. 18~20일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가 가시적 성과물 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비핵화 2단계 조치인 북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단계의 세부 이행 방안은 다음달 잇달아 열릴 실무그룹 회의들이 채우게 됐기 때문이다.

◇한층 무게실린 실무그룹 회의 = 이번 수석대표 회담에서 각국은 초기단계 이후 다음 단계인 불능화 및 신고 단계의 대략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을 최대 목표치로 삼았지만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과제는 실무그룹으로 넘어갔다. 불능화의 개념과 목표시한, 북에 제공할 중유 95만t 상당 지원을 불능화 이행 단계에 어떻게 연결할지, 중유 95만t 상당 지원의 배분 및 공급 방식 등은 모두 실무그룹 회의에서 답을 찾아야할 상황이다.

이번 회의 결과물인 언론발표문은 “8월말 이전, 한반도비핵화, 미북 관계정상화, 북일 관계정상화, 경제.에너지협력,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회의를 각각 개최하고 공동의 컨센서스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한 뒤 9월초 6자회담 본회의에서 공동의 컨센서스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곧 실무그룹에서 모든 사항을 합의한 뒤 9월 6자 본회의에서는 합의사항을 추인하면서 새로운 ‘이행 계획’을 담은 합의문을 도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8월에 열릴 실무그룹에서 불능화의 개념 및 구체적 방법, 대북 지원 방법 등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9월 초 6자회담 개최 계획이 순연될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연내에 불능화 단계를 돌파한다는 6자의 구상 또한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진행될까 = 5개 실무그룹들은 지난 3월 1차 회의를 가졌지만 실질적인 첫 논의는 다음달 열릴 회의에서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8월6일 시작하는 주에 한국이 의장국인 경제.에너지 협력 실무그룹 회의가 예정돼 있고 8월13일 시작하는 주에는 러시아가 의장국인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당국자는 전했다. 중국이 의장국인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와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실무회의는 시기만 8월말까지로 정해졌을 뿐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의장국은 6자회담 본회의가 열리는 베이징이나 자국에서 회의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소 결정에는 북한의 입장이 중요하게 반영될 것으로 외교가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한국에서 에너지.경제 실무그룹 회의를 갖는 방안을 고려중이지만 북한 대표단이 한국에서 회의를 하려 할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북미 관계 정상화 회의의 개최 장소와 형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실무그룹 회의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뉴욕을 방문, 미측 카운터파트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회동을 갖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런 만큼 힐 차관보가 다시 답방 형식으로 평양을 찾게될지 관심이다.

◇쟁점 조율 잘 될까 = 관심은 이제 각 실무그룹 회의에서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짐으로써 6자가 연내 핵시설 불능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수석대표 회의를 통해 북한이 신고 및 불능화 단계 이행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실무그룹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향후 합의되어야할 불능화의 개념 및 방법 규정,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진상 규명 등은 기술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고도의 정치적 협상을 요구하는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무그룹에 너무 큰 부하가 걸린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북핵 외교가는 실무그룹 회의의 성패는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2단계 이행의 동력 창출을 위해 기획했던 6자 외교장관 회담은 각국 장관들의 바쁜 일정 속에 9월로 미뤄졌기 때문에 북.미 양자 협의에 거는 의존도는 더 커져버렸다.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 외에 북한이 불능화 단계까지 미측으로부터 얻기 원하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정치.안보적 상응조치 논의가 어떻게 풀려 가느냐는 나머지 다른 실무그룹의 진전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핵프로그램 신고의 한 부분으로 비핵화 실무그룹이 다뤄야할 북한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보유 의혹 규명 문제도 북.미 양자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에서 담판지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납치 문제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질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일본 아베 내각이 오는 29일 열릴 참의원 선거에 명운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만큼 선거결과가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강경기조 유지 여부, 나아가 북.일 관계정상화 협의의 진전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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