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불능화.신고 `수준차’ 극복이 관건

베이징에서 27일 개막한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들의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 수준에 대한 인식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회기 첫날인 27일 내년 상반기 북핵 폐기과정에 돌입한다는 구상 아래 올해 안에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의 불능화.신고 방안에 합의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회의 후 “북한이 하겠다는 신고.불능화와 나머지 나라가 하려는 것의 수준에는 여전히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신고.불능화 이행 로드맵을 담을 이번 회기 합의문의 내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불능화의 기술적 방법, 신고의 구체적 대상 등에 대한 합의 도출은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연내 불능화.신고를 마친다는 참가국들의 목표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진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우선 `핵시설을 다시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든다’는 뜻인 `불능화’를 둘러싼 참가국들의 입장 차는 불능화한 시설을 복구하는데 걸릴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복구에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낮은 단계의 불능화를 선호하고 다른 참가국들 입장에서는 가급적 복구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높은 단계의 불능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높은 수준의 불능화는 사실상 폐기나 다름없는 만큼 핵 폐기시의 상응조치인 경수로 제공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수로 제공 문제는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다른 참가국들은 연내 이행가능하고 북을 포함한 6자가 만족할 수 있는 `타협안’ 성격의 불능화 방안을 북측에 제시했지만 그마저도 입장 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 5MW원자로 건설에 5년이 걸린 점을 감안, 북을 제외한 참가국들은 원자로의 제어봉 구동장치를 제거하는 방안 등 복구까지 1~2년 정도 걸리는 수준의 불능화를 구상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이 `OK사인’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한 `수준 차’는 최대 난제로 부각되어온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신고에 대한 참가국간 입장 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쓰일 수 있는 장비인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수입한 사실을 미측에 시인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UEP 문제가 비교적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던 게 사실이지만 이를 핵프로그램 목록에 포함시킬지는 별개의 문제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이 같은 `수준 차’를 좁히는 데는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받기 원하는 정치.안보적 상응조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북한의 불능화.신고 이행 결과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를 연계한 미국이 북한을 향해 `두 가지 조치를 위해서는 행정부와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의 불능화와 신고를 이행해야 한다’는 논리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