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되살아난 BDA `망령’

“회담 시작 전에도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가 어느 정도 변수는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22일 휴회를 선언한 제6차 6자회담과 앞서 열린 실무회의들의 진행상황을 지켜본 한 외교소식통의 이 말처럼 이번 회담은 북한의 BDA에 대한 집착으로 사실상 공전을 거듭하다 성과없이 끝났다.

회담 전부터 BDA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됐던 것은 사실.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10일 “미국이 (BDA 동결자금을) 다 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며 “만약 다 풀지 못하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부분적으로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BDA가 북한의 태도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BDA 문제가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데다 앞선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가 예상을 뛰어넘는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돼 회담 전망은 지극히 낙관적이었다.

평양을 다녀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4일 전한 `BDA 금융제재가 해제되는 즉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IAEA 사찰단을 수용하겠다’는 북측 발언도 경고라기 보다는 북한의 `2.13합의’ 이행 의지를 우회적으로 확인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졌다.

김계관 부상이 17일 베이징에 도착해 “BDA 자금이 전면해제되지 않으면 핵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을 때에도 한.미 수석대표들의 대응은 차분해 낙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힐 차관보는 16일 “아마 2∼3일 안에 BDA 이슈를 잊고 다른 이슈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17일에도 “BDA가 6자회담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7일 “(BDA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실제 북.미는 17∼18일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 BDA 계좌에 동결된 북측 자금을 전액 중국은행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송금키로 합의한 데 이어 19일 이를 공식 발표해 지난 18개월 간 6자회담을 가로막았던 BDA 문제가 힐 차관보의 말처럼 `잊혀진 이슈’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중국은행이 불법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자금을 예치하기를 거부하고 북한도 송금에 필요한 예금주의 이체신청서를 모두 확보하지 못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북한이 동결자금을 손에 쥐기 전에는 협의에 나설 수 없다며 협상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회담은 진전없이 파행을 거듭했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의 `미국이 전액해제를 확언했으니 이를 믿고 협상에 임해달라’는 설득도, `금융문제로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북한에 이롭지 않다’는 경고도, `돈을 받기 전에는 회담에 나서지 마라’는 평양의 훈령 앞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

참가국들은 당초 21일 종료될 예정이던 회담 기간을 1∼2일 연장하기로 하면서까지 해법을 모색했지만 김계관 부상은 22일 회담장에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채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끝내 회담은 휴회될 수밖에 없었다.

BDA 문제가 타결되고 북한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이 `2.13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고 실제 행동에 옮기면서 상당한 진전이 기대됐던 이번 6자회담은 일면 예기치 않은 `기술적’ 문제로 좌초한 셈이지만 더 큰 원인은 북한의 융통성없는 태도에 있다는 지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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