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北, 남북 동시사찰 카드 복선깔아

북한은 핵신고서의 검증 문제를 다룬 이번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종래와 같이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그 일환으로 남북 동시 사찰 카드를 꺼내들 복선을 깔았다.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인 검증체계와 관련,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이 제출한 핵신고서의 검증에 초점을 맞췄지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2일 “소식통의 전언에 근거해” 이번 회담의 논점을 정리하면 “핵과 관련한 기술적 검증의 체계와 방식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종착점을 향해 책정돼야 옳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베이징 회담을 취재한 기사들에서 “조선(북한)의 핵신고서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검증의 대상과 범위를 의도적으로 한정시키면 6자회담의 애당초 상정한 목표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검증의 대상과 범위가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전 한반도 비핵화 검증의 내용중 하나는 남북 동시사찰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고 북한도 자신들의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언론발표문에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검증체제를 수립한다’는 문구가 남북 동시사찰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9.19공동성명의 궁극적 목표와 10.3합의의 2단계 목표에 따른 검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을 제외한 다른 6자회담 참여국들은 현 단계에서 검증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신고서에 국한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주장이 당장 동시사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차기 미 행정부나 강경세력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 문제 등을 본격 제기할 때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당장 지금 단계에서 동시사찰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2.13합의나 10.3합의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2단계 마무리인 동시에 사실상 3단계 출발의 시점이라는 점에서 UEP 문제 제기 등에 대비해 복선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또 납치문제를 이유로 자신들에 대한 에너지.경제지원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해 행동대 행동의 원칙을 내세워 “더 이상 묵인될 수 없는 단계”라며 “제3의 선택은…일본이 6자회담의 테두리에 머무르지 말고 ‘탈퇴’하는 것”이라고 몰아부쳤다.

북한은 향후 회담에서도 일본의 지원참여 여부를 동시행동 원칙의 사안으로 규정, 일본을 더욱 몰아붙이면서 납치문제로 압박하는 일본의 예봉을 무디게 만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동 대 행동’의 목소리를 높인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불능화 속도에 비해 미흡하다고 불만을 표시해온 다른 참여국의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에 대해서도 핵불능화에 맞춰 10월말 동시 완료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은 의무사항인 불능화 조치를 80%이상 진행했고 심지어 폐기단계에서 할 냉각탑 폭파까지 했지만 다른 5개 참가국은 에너지.경제 보상조치를 40%밖에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에너지.경제지원이 지난 10일 현재 48.7% 이행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발표문을 통해 또 한국과 중국이 에너지관련 자재.장비를 8월 말까지 공급하도록 못박음으로써 그 이행 속도에 맞춰 자신들의 불능화 조치의 보폭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의 핵심쟁점중 하나였던 검증 착수 시점도 발표문에 못박지 않고 추후 비핵화실무그룹회의로 넘김으로써 동시행동 원칙을 고수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의 발효 시점인 8월11일 이전에 검증에 착수하는 데 “어떤 장애물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고, 한국과 미국도 북한이 사실상 발효 시점 이전에 검증에 착수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입장에선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의 원만한 실현을 위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공식 문서에 검증 착수 시점을 못박지 않음으로써 언제든 추후 테러지원국 해제조치에 대한 미 의회의 동향을 지켜보면서 착수 시점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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