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이행시한 설정’ 딜레마

“시한을 정하는데 조심해야 하지만 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절충하는게 중요하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9일 베이징(北京)에서 북핵 폐기 2단계 조치인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의 이행 시한을 설정하는 문제를 두고 이 같이 고민 섞인 발언을 내놨다.

힐 차관보의 고민은 결국 `방코델타아시아(BDA) 트라우마(충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6자회담 트랙이 정치적 협의체이긴 하지만 조속한 비핵화를 위해 일정한 이행시한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핵폐기 조치와 상응조치를 `행동 대 행동’으로 긴밀히 연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목표시점을 정해 놓고 협의에 박차를 가하는 접근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게 다수의 시각인 것이다.

특히 2.13 합의에는 북한의 불능화 이행 시점까지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을 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을 뿐, 시한은 담겨있지 않기에 현 시점에서 불능화 조치의 시한을 정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BDA 문제로 2.13 합의 이행이 3개월여 지연됨으로써 6자회담 트랙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기에 참가국들은 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시한 설정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번 이행 시한을 잡았다가 지키지 못할 경우 `6자회담에서 한 약속은 지키지 않는 것’이라는 식의 회의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각국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속에 참가국들은 이번 회담 의장성명에 구체적 이행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시한 설정 등의 문제를 차기 6자회담 과제로 삼는다는 등의 추상적인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6자회담 당국자들은 이번 회기들어 시한을 뜻하는 `deadline’ 대신 시기.기간을 뜻하는 `time frame’이나 시간대를 의미하는 `time line’, `이정표’ 등의 용어를 즐겨 쓰고 있다.

며칠 안에 무엇을 해야한다는 시한을 설정하는 대신 대강의 이행 시간대를 정하거나 시한은 없이 이행의 구체적 순서만 담은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이 같은 `시한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판단에서 모호한 용어를 쓰는 것 아니냐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결국 이 같은 딜레마가 중국이 발표할 의장성명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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