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北 의지 확인’이 최대 성과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이 20일 사흘 간의 논의 내용을 담은 언론발표문을 내놓고 마무리됐다.

발표문 내용만 보면 눈에 확 띄는 성과는 없지만 별다른 돌발 상황없이 2.13합의 2단계 이행에 대한 북측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평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발표문은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 과정을 평가한 뒤 실무그룹 회의와 차기 6자회담, 6자 외교장관 회담의 대략적인 일정만 담았을 뿐 당초 기대했던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 등 2.13합의 2단계의 완료 시한을 설정하지 못한 채 로드맵 작성을 9월 초 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로 미뤘다.

그럼에도 우리 대표단의 표정은 밝았다.

애초부터 이번 회담에서 굵직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가진 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어느 누구도 중요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회담에서 각측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와 구상, 우려사항과 생각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충분한 협의를 가졌으며 다음 단계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기초를 세웠다고 평가한다”면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다는 생각없이 있는 모든 것을 신고하겠다고 분명히 밝혔고 그런 면에서 상당히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임성남 북핵단장도 “목표치만 생각한다면 A플러스를 줄 수 있다”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물론 북한이 18일 `조건이 맞으면 합의한 약속을 조기에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적극적 태도를 취하면서 `시한 확정’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초기단계 조치를 평가하고 2단계 이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당초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당국자들이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8월 실무그룹회의 개최→9월 차기 6자회담서 불능화 시한 합의→6자 외무장관회담’이라는 시간표를 짠 이유도 있겠지만 북측의 전향적 태도에 고무된 측면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언론발표문에는 `북측은 모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에 대한 공약을 성실히 이행할 것임을 재확인했다’는 수준으로 담겼지만 당국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북측은 시종 “약속한 것은 지킨다”면서 오히려 다른 5개국의 경제.에너지 지원이 비핵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낼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김계관 부상이 `없는 것을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있는 것을 없다고 하는 것도 요술이다. 신고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다. 진실하게 신고해야 할 모든 것을 있는 것을 다 신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천 본부장은 “북한이 2.13합의 다음단계가 순탄하게 이행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강력하게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또 당초 우려와는 달리 핵시설 불능화를 경수로 문제와 연결한다든가 미국 측에 핵군축 회담을 요구한다든가 하는 등의 돌발 요구를 하지도 않았다. 회담 소식통은 “회담 기간 내내 특별히 얼굴을 붉힐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난제인 일본인 납치 문제에다 최근의 이른바 `조총련 탄압’으로 북한이 강하게 공격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 측과도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회담 관계자는 “북.일 양자협의 분위기가 괜찮았다고 들었다”면서 “수석대표들이 모두 모인 상황에서는 북한과 일본 어느 쪽도 납치문제 등 양자 간의 문제를 꺼내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파행속에 열렸던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이 8월 중 다시 열릴 것이라는 점도 북.일 간에 화해무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관계 개선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이처럼 북측이 적극적으로 나온 데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지난 17일 4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북.미 양자회동의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회담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북.미 양자 차원의 정치적 사안들이 당시 회동에서 원만히 풀리면서 북한이 만족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19일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원한다”고 말한 점에 비춰 북측에 2.13합의 상의 지원 외에 대규모 추가지원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도 “미국이 양자 차원에서 추가 지원을 생각하는 게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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