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北-시리아 핵거래설 ‘걸림돌’ 되나

북한과 시리아 간 핵거래설이 북한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삭제 등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7일부터 열리는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의 전도에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핵거래설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5일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 기자들과 만나 “우리와 시리아와의 핵거래설은 미친 놈들이 만든 것”이라며 강도높은 불쾌감을 표시했다.

앞서 1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조선중앙통신과 문답을 통해 핵거래설을 “6자회담과 북.미 관계의 전진을 달가워하지 않는 불순세력들이 또 다시 꾸며낸 서툰 음모일 뿐”이라며 “핵보유국으로서 핵 이전을 철저히 불허할 것이라는데 대해 엄숙히 천명했고 그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핵비확산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시리아와의 핵거래설에 대한 북한의 단호한 `부인’ 입장과는 반대로 핵확산에 대한 미 행정부의 강한 경고의 메시지는 거듭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기술을 시리아에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듭 거부하면서도 “북한이 6자회담 성공을 원한다면 무기를 확산시켜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그간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약속을 준수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6자회담이 성공하길 원한다면 확산 활동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3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번 논란과 관련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핵 문제는 여전히 해명돼야 할 의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 행정부가 북한 핵거래설의 진위 여부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이처럼 북한에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모종의 관련첩보를 입수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 고위층에서 이런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북한과 시리아의 핵거래설에 대해 ‘입증할 정보가 없다’는 우리 정부 역시 이런 메시지들이 6자회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 당국자들은 핵거래설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가 6자회담 석상에서 충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북한체제 본질에 대해 어떤 환상도 없고 핵문제가 제기됐을 때부터 핵확산을 우려해 왔다”며 “이 문제를 6자회담에서 다룰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14일 “2.13 합의에 따른 북한의 신고대상에 모든 핵프로그램과 시설, 물질이 포함돼야 하며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핵확산 정보도 전면 신고 대상”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북한의 핵확산 문제를 회담에서 제기하려는 미국과 이를 미국 강경보수파의 음모라며 반발하고 있는 북한이 충돌하면 자칫 이번 6자회담이 핵거래설에 대한 공방에 머물면서 연내 핵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본연의 과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 합의하고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1년 반 가까이 북핵문제 해결노력이 실종됐던 상황과 유사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2.13합의’를 이어갈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북한과 미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회담이 파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동안 제기해온 테러지원국 해제에 마침표를 찍고 북미관계를 새로운 상황으로 진전시켜야 하고 미국으로서는 연내에 불능화를 시작해 부시 대통령의 임기중에 한반도 ‘빅뱅’을 만들어 이라크에서의 외교적 실책을 만회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내에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북한과 미국의 정치적 입장으로 볼 때 핵거래설이 회담 자체에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거래설은 위조지폐에 대한 증거를 가진 BDA 문제나 관련 설비반입 증거를 가지고 있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