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개막] 신고대상에 核무기 빼고 UEP 집중할듯

‘북한-시리아 간 핵확산 의혹’에 이어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야만정권’으로 지칭하는 등 북핵 6자회담을 앞두고 자칫 판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잠시, 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개막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날 오후 4시 개막식과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연내 북핵 불능화 방안과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 그리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중유 제공 방안 등 상응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6자회담에 앞서 ‘북-시리아 간 핵확산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문제가 6자회담의 변수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확산을 막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할 만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북한의 명확한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북핵 불능화 방안 = 미국과 북한은 지난 1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의 회의에서 ‘북핵 연내불능화’와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에 사실상 의견일치를 봤다.

이후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3국 핵기술자로 구성된 북핵 불능화 기술팀이 지난 11일~15일까지 평양과 영변 핵시설을 시찰했다. 3국 핵기술자들은 북한 핵기술자들과 영변 핵시설의 범위와 구체적인 불능화 방안을 협의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들 불능화 기술팀의 방북 리포트를 토대로 구체적인 불능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미북 양측은 ‘돌아키기 어려운 수준’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는 이뤘으나 기술적 방식에 대한 견해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는 27일 오전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나 북한이 연내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면 미국은 이에 상응해 테러지원국 삭제 등 정치적 상응조치를 취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북한과의 양자회동을 위해 숙소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핵시설 불능화 방안과 관련, “우리는 더 하고 싶고 북한은 덜하고 싶어하긴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불능화 방안으로는 연내 불능화를 실현하기 위해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핵심부품을 빼내는 불능화 방안을 추진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처리는 최소 4~5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거된 핵심부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은 ‘제3지대’로의 반출을 원하는 반면 북한은 자국 내에 이 부품을 보관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핵무기 빠진 핵 프로그램 신고(?) = 북한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6자회담의 쟁점과 관련, 불능화 방안에 대한 합의 보다는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가 오히려 쟁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오늘은 이번 6자회담의 성과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회담 성과에 대한) 풍향을 관측하는 하루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신고 과정에서) 다 밝혀야 하며 진실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누누이 지적돼온 ‘기존 핵무기’를 신고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핵 불능화 진전을 위해 일단 기존 핵무기는 신고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회담 관계자들은 플루토늄에 대한 신고만 성실히 이뤄지면 완성된 핵무기 숫자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폐기’ 단계에서 논의하면 된다는 것. 이는 북한이 기존 핵무기 신고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마냥 핵무기 신고를 고집할 수도 없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신고 과정에서 미국측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신고 여부이다.

일단 미국이 제2차 북핵위기의 발단이 됐던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의혹을 UEP 문제로 한발 물러섰고, 북한도 역시 신고 과정에서 관련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특히 북한은 지난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UEP문제를 거론하면서 원심분리기용 자재인 고강도 알루미늄관 150t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관 150t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2천600대 이상에 해당되는 양이다.

북한이 알루미늄 수입사실을 시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용도와 관련해 ‘제3의 목적’으로 수입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미북 간에 어떤 증거 제시와 해명이 오고 갈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對北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 미북은 지난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서 일단 ‘북핵 연내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연계 했지만 연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가능할 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힐 차관보는 25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관련, “우리는 그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확실히 이것은 북한이 매우 원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이 더 많은 비핵화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해선 적어도 북한이 연내 불능화와 함께 성실한 핵 프로그램 신고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측이 부시 행정부의 요구대로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변수는 남아 있다. 특히 미 공화당의 일리나 로스-레티넨 하원 의원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해 핵 확산금지 등 북측이 충족해야 할 8개 조건들을 제시한 ‘북한 반테러 비확산’ 법안을 25일 하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법안이 미 의회에서 입법화될 것이라고 현재로선 단정지을 수 없지만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 대한 미 의회내 부정적 시각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여부를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연계시키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지만 ‘일본 납치자’ 문제는 여전히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 폐기 2단계 로드맵 작성시 북한이 미국에 ‘연내 테러지원국 삭제’ 명시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이번 회담에서 합의문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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