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애꿎은 기술자들만 총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5월 26일>

논평-애꿎은 기술자들만 총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지난 13일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동에 있는 23층 아파트가 무너진 책임을 지고 애꿎은 사람들만 큰 봉변을 당했습니다. 조선인민내무군 7총국장은 수용소로 끌려갔고 설계와 시공을 담당했던 기술자 4명은 총살됐습니다. 물론 아파트가 무너져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설계나 시공을 잘못해 이번 참사가 일어났다고 볼 수만은 절대로 없습니다. 그럼 뭣 때문에 애꿎은 기술자들만 총살한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무엇보다 먼저 인민의 원성이 김정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건설은 쥐뿔도 모르면서 속도전만 추진해 무리하게 지은 결과 결국 아파트가 통째로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벌써 김정은 업적 쌓기 바람에 날림식으로 짓다 보니 아파트가 무너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속도전 바람에 앞으로 무너질 건설물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말이 쫙 퍼져 김정은에게 그 책임이 쏠리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시기 있었던 사고 책임까지 다 덮어씌우자는데 있습니다. 이번에 아파트가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제일 먼저 90년대 초 있었던 통일거리 아파트붕괴사건을 떠올렸습니다. 그때도 역시 7총국이 짓던 삼바리 아파트가 무너져 수많은 병사가 깔려 숨졌지만 보도는커녕 숨기느라 바빴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 책임까지 모두 들씌워 총살해버림으로써 인민들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은 아예 지워버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잊힙니까. 더더구나 이 사고가 몇몇 기술자를 총살한다고 해결될 일이겠느냐 말입니다. 모든 부문, 특히 건설 분야에서 근본적인 개혁과 혁신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제3, 제4의 붕괴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건 너무도 자명한 일입니다. 이번 아파트 붕괴야말로 북한 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고질적인 악습의 결과물입니다. 건설자재는 물론 장비도 변변치 않은 데다가 서로 경쟁까지 부추기며 완공기일을 무조건 맞추려다 보면 아무래도 공사가 날림식으로 밖에 될 수 없습니다.

며칠 전에도 김정은은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살림집 건설 현장을 찾아 내년 4월 15일까지 꼭 완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물론 자재, 장비, 건설인력까지 특별히 보장해주니 이 건설을 괜찮게 진행되겠지만 그 대신 다른 건설장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은 큰 피해를 본다는 건 너무도 뻔합니다. 그럼, 건설물들이 무너질 때마다 애꿎은 기술자들만 죽이겠습니까.

김정은은 더 이상 건설장마다 싸돌아다니면서 언제까지 해라, 잘 지으라고 하는 따위의 참견질을 하지 않는 것만이 오히려 건설의 질을 높이고 붕괴사고를 막는 지름길이 된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건설장에 나가 벽돌을 져 보던가, 한 삽의 몰탈이라도 해보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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