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북한 농업, 무엇이 문제인가?”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5월 15일>

집중분석-북한의 농업, 무엇이 문제인가?

화제가 되는 뉴스를 살펴보는 집중분석 시간입니다. 지난해 날씨도 좋고 큰 자연재해도 없어서 식량 수확량이 괜찮았습니다. 하늘이 도와준 덕에 농사가 잘됐다는 말인데요, 올해는 봄부터 하늘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농업 문제에 대한 이야기 김민수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진행: 올해 봄 가물이 꽤 심해서 북한 농민들 걱정이 많다죠?

김: 네. 북한 매체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 2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대부분의 지방에서 심한 가물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특히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3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의 강수량은 32년 만에 최저치라고 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진행: 씨붙임이 본격화되고 또 5월은 모내기 철인데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올해 농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겠네요.

김: 그렇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곡창지대인 평안남도와 항해남북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가물이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지난 4일 노동신문에서도 조선 서해지구에서도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왕가물이 들어 농사에 매우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신문에서는 올해 알곡 생산 목표를 수행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가물 피해를 막는가 못 막는가 하는 데 크게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로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진행: 올해 김정은이 농사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데요. 농사가 잘 안되면 그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겠지요.

김: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농업을 주 타격 방향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농사에 모든 힘을 총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2월 초에는 정권 수립 이래 처음으로 농장의 말단 간부들이 총집결한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대회’를 열고 농민들을 격려했습니다. 김정은이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만약 농사가 잘 안되면 그의 위상은 더 추락하겠죠.

진행: 그런데 가물이 오긴 했지만, 올해 알곡 생산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던데요?

김: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그렇게 전망한 건데요, 유엔 기구들이 북한에 들어가서 구호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식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식량농업기구가 6개월마다 발표하는 식량 전망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알곡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440만 통 정도가 될 걸로 추정을 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계식량농업기구가 추정하는 북한의 연간 알곡 최소 소요량인 5백 40만 톤보다 1백만 톤 정도 부족합니다.

진행: 문제는 북한의 보도대로 가물 피해가 심각하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알곡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겠네요?

김: 그럴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농업과 관련한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농사에 필요한 물자공급 상황도 좋지 않고, 기후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워서 주변 여건에 따라 알곡 생산량이 많이 좌우됩니다. 한국에서 가물 피해가 생기면 언제나 저수지, 관개수로 같은 시설, 펌프 등을 통해 대처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 전력 사정이나 제반 시설이 열악해 대응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물이 심할 경우 협동농장의 논과 밭, 개인 뙈기밭의 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장 여름 식량을 책임질 올감자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진행: 지난해에도 농사가 잘됐다고 했지만 1백만 톤이 부족했습니다. 해마다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알곡 생산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요, 부족분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김: 네. 유엔에서 파악하는 바로는 북한은 매년 100만 톤 정도씩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부족분은 국가에서 일부 수입을 하는데 20만 톤 정도로 양은 많지 않습니다. 부족한 식량은 개인들의 소토지에서 생산되는 알곡으로 충당되거나, 한국과 미국, 유럽의 여러 나라의 인도적 지원, 국제기구들의 지원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매년 30~40만 톤씩 식량이 부족합니다.

진행: 북한 당국이 매년 전 인민을 동원해 농촌지원 전투까지 벌이고 있는 데요 21세기에 들어와서까지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김: 농업부문이 북한 GDP(국내총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고 인구의 36.8%가 농업에 종사하는데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보다 인구가 2배나 많은데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285만 명이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농가인구 비율은 5%대입니다. 그런데도 남한에선 식량이 남아돌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선 농촌지원 전투는 없습니다. 남북한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개인농 제도냐 협동농장 제도냐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은 전반적인 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농사에 필요한 물자공급이 잘 되고 있는데 북한의 경우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알곡 생산 차이는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심각한 가물이나 큰물 피해가 닥쳐도 한국의 경우 웬만해선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북한도 기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농사를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농업 한 분야에만 걸친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데요, 일단 농사물자를 보장하기 위해서 산업 시설을 정상화해야 하는데, 전력 사정도 열악하고 시설도 낡았고 자재도 열악합니다. 이런 문제는 외국의 지원과 투자를 받아서 해결할 수 있을 테고요, 농사의 경우는 말만 하지 말고 농장 포전을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국가가 씨붙이부터 수확까지 간섭을 안 하면 됩니다. 대신 국가는 언제나 저수지 같은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알곡 생산을 늘리기 위한 종자를 연구하고, 농사기계나 물자를 잘 공급하면서 농사를 지원하면 식량이 부족해서 고통을 겪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진행: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민수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