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학풍경] 동국대 ‘인텔리겐치아’는 지금도 토론중

▲ 4회담 풍자극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대동제가 한창인 동국대 캠퍼스. 교내 곳곳에서 물풍선이 날아 다니고, 댄스 페스티벌, 가요제 등이 한창이다. ‘사람을 경매한다’는 무대 행사장 주변에는 어림잡아 3백여 명의 학생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자가 남학생의 신체 부위를 만지며 값을 매길 때마다 환호성이 끊이지 않는다. 주점에는 두부나 파전은 퇴장하고 바베큐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들에게 5월과 젊음은 바로 자신들만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인다.

떠들썩한 행사장을 뒤로 하고 특강이 진행되는 동국관 강의실로 접어들자 한 무리의 대학생이 시야에 들어온다. 분장을 하고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들 등 뒤로 ‘김정일’, ‘부시’라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이들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1회 저자(著者)와의 만남’이라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북한학도라는 특성답게 그 첫 주인공으로 <김정일 리포트>의 저자 손광주 DailyNK 편집국장을 초대했다. 야외무대처럼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정성스럽게 준비되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동국대 북한학과 독서토론 소모임 <인텔리겐치아(intelligentsia)>가 주최했다. 이 모임은 지난해 첫 출발했다. 현재는 회원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토론과 고급지식 향유하자

모임 이름이 왜 인텔리겐치아(러시아어, 지식계급)냐고 묻자 이들은 “고급지식을 향유하는 이색적인 젊은이들이라는 뜻”이라고 응답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텔리’는 원래 의미를 떠나 자신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비겁한 젊은이라는 의미로 대학가에서는 그 의미가 썩 달갑지 않았다. 시대가 그만큼 변한 것일 게다.

▲ 이날 강사로 나선 ‘김정일 리포트’ 저자 손광주 편집국장

캠퍼스 곳곳에서 젊음이 발산되는 때에 강의가 진행되는 강의실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강의실은 금세 학생들로 채워지고 젊음 특유의 에너지 공간으로 변모했다.

본 행사 시작 전 학생들은 개그 프로를 흉내 낸 ‘4자회담 풍자극’을 선보였다. 학생들이 북한 핵개발을 풍자하며 ‘김정일 엎드려’, ‘부시 엎드려’를 외치고, 일본의 신사참배를 꼬집으며 ‘고이즈미 같은 사람이 어딨어 어딨어 어딨어”라는 장면을 선보이자 강의실은 온통 환호성으로 달궈졌다. 잘 훈련되지 않는 학생들의 서툰 연기가 오히려 극의 매력처럼 보인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박세현(북한학과 3년) 회장은 “이제 더 이상 북한 핵은 남한의 생존과 괴리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북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광주 국장은 강연을 통해 북한에 대해 학생들이 갖게 되는 일반적인 세 가지 궁금증, 즉 북한의 내구력,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이 왜 없는지, 파산상태의 북한이 미국과 상대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집중 설명했다.

▲ 동국대 대동제 풍경

손 국장은 이 세 가지의 근본 배경에는 ‘수령절대주의 사상’이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사상의 통제’가 지난 50여 년간의 북한 체제 유지의 핵심이라는 것.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후의 개별 질문에서도 학생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21세기 ‘인텔리겐치아 후비대’들은 맛있는 음식처럼 논쟁을 즐겼다. 질의 응답 시간은 김정일 정권의 운명을 점치는 난상토론으로 변모했다.

해가 저물면서 행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그들만의 본행사 ‘뒤풀이’를 향해 출발했다. 5월은 대학생을 위한 계절이 틀림없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