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회담 전문가 전망] 北, 시간끌기 전략으로 나올 것

▲6자회담 북측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

제4차 6자회담이 드디어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복귀 성명에서 “6자회담이 열리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근본의 근본은 조선반도의 비핵화(非核化)를 실현하는 데서 나서는 방도적 문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룩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언제나 “핵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도 “자위상 핵은 개발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고 최근에는 여러 차례 “핵보유국이 되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북한정권이 핵보유국이면서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유효를 말하려는 것은 일종의 용어혼란 전술 또는 상대방 기만책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발표했던 핵보유 선언을 모두 거짓이었는가, 아니면 현재는 핵보유국이지만 앞으로는 비핵화로 가겠다는 의미인가. 달리 해석하면, “현재 자위적 차원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면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북 비핵화 주장,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노려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한반도 전역에서 모든 핵무기를 철거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보면 북한의 비핵화 주장은 주한미군 핵 의심 시설 사찰이나 핵잠수함․항공모함의 기항 반대 등을 포함하여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1991년 남북 비핵화 선언 합의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남한 내 핵무기 부재(不在)를 선언한 이후에도 북한은 주한미군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는 자기들이 갖고 있는 핵무기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고 발견되면 폐기할 테니 주한미군도 똑같이 행동하라는 것이다.

핵을 보유했다는 북한이 비핵화를 꺼내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바, 북한의 비핵화 주장은 핵무기 배치가 가능한 주한미군 철수와 추가 핵전력 배비 금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한이 7월말 6자회담 복귀를 결정한 시점은 당초 6월말로 예정됐던 복귀시한을 깸으로써 기(氣) 싸움에서 선제를 기하고, 회담 개최 후 지연작전으로 결론을 끌어내기에는 촉박한 시한을 연출하여 북핵문제가 오는 9월 유엔안보리에 상정되는 사태를 저지할 수 있는 절묘한 시점이다.

6자회담 목표는 시간벌기로 핵 보유국 기정사실화 포함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의 배경과 의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한정권이 노리는 목적은 △남한의 대북 중대제안 따먹기 △시간벌기로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통한 북한 목표의 정치적 타결 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핵포기 약속이라는 이른바 ‘말 장사’를 통해 남한 정부의 대북 중대제안은 받아먹는 것이다. 중대제안과 관련, 한국정부는 정동영 특사를 통해 “북한이 핵 폐기에 합의할 경우 200만kw 규모의 전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핵폐기 조건을 북한이 겉으로 받아들이더라도 행동으로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북한은 제네바합의 틀 속에서도 비밀리에 핵을 개발했고 2002년 이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국제적인 파문을 초래했다. 이번에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행동에 들어가야 전력제공이 실행되겠지만 북한은 제네바합의 당시 NPT 복귀와 핵동결이라는 당연한 요구만 들어주고 경수로 2기 건설과 중유를 타먹었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 많이 다르긴 해도 북한은 또 무엇인가 당연한 요구만 들어주고 전력제공은 그저 먹는 전술로 나올 수도 있다.

북, 시간끌기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 높아

둘째, 회담 중에도 핵개발을 지속하여 핵폭탄 보유고를 늘려 국제사회로 하여금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더 이상 6자회담의 유용성을 기대할 수 없음을 검토하는 가운데 핵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북한정권을 계산할 것이다.

결국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배경은 핵문제의 교착상태 유지를 통한 시간 끌기 전략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기대하는 것에 있다고 보는 것이 유력한 해석이다.

이와 관련, 미 의회조사국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은 회담 복귀를 1년 이상 끌면서 회담 참여국들의 기대수준을 많이 낮추는 효과를 봤다”면서 “회담이 지연되면서 문제해결과 관련한 구체적 방법에 대한 논의보다는 북한의 회담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바로 북한이 노리던 바였고 이러한 북한의 의도는 적중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북한은 지금까지 회담 참여를 명분으로 시간을 끌면서 계속 핵무기 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핵무기 보유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북한이 설령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변국들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을 평양정권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군축회담 주장, 핵무기 보유 공식화 의도

셋째,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 자격과 자국에 대한 종중을 요구하면서 이번 회담의 성격을 북한의 핵무기 폐기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배비한 미국 군사력의 축소까지 포함하는 군축회담으로 설정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군축회담을 주장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등이 지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에 주변국들이 동의한다면 북한은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계관 6자회담 북한대표는 지난 4월 평양을 찾은 셀리그 해리슨에게 “미국의 핵무장 해제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핵확산 방지를 위한 검증에는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도 정동영 장관과의 회동에서 미국이 우방국이 괸다면 장거리 미사일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미국을 사정거리 안에 두는 미사일은 폐기하는 대신 한반도에 국한된 핵 능력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북한의 의도인 것이다. 북한은 결국 ‘핵 해외이전’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 미국에 위협이 되는 일은 하지 않는 대신 일정 수준의 핵무장만을 보장받으려 들 것이다.

남만권/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