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북한, 세월호 침몰 비판할 자격 있는가?”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열린북한방송/4월 22일>

이런생각 인권생각-한국의 대참사와 북한의 망발 

대한민국은 지금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온 세상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채 피기도 전의 수백 명 어린 학생들이 저 차디찬 바닷속에 잠겨있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가 가슴 쥐어뜯으며 통곡을 하고 자식 잃은 부모들은 땅을 두드리며 몸부림치고 있답니다. 전 세계의 인류도 슬픔과 눈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동포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철민입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이 소식을 다 들으셨겠지요?

있어서는 안 될 비극, 1912년 4월 15일에 있었던 타이타닉호 사건과 같은 이 비극적인 큰 인명피해 사건이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 그리고 바로 우리 대한민국 연해에서 재연됐던 거죠.

지난 16일, 국제 관광도시로 유명한 제주도를 향해 가던 인천-제주행 대형여객선이 침몰 됐습니다. 이 배에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과 교원 15명이 타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일반여행객 73명과 화물차 운전기사 그리고 선원까지 합치면 총 475명을 태운 6,000톤급 대형여객선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뜻밖에 침몰된 사건이지요.

오늘이 22일이니까 벌써 닷새가 지났는데 아직 생떼 같은 수백 명의 어린이가 그냥 바닷물 속에서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죠.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꽃 같은 10대 나이 어린 학생들이 채 피기도 전에 무리로 재난당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인가요?

지금도 온 나라가 그리고 온 국민이, 아니 전 세계가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억제 못 해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 있는 거지요,

아직도 진도 앞바다는 말 그대로 눈물의 바다 울음의 바다를 방불케 하고요. 하지만 저 무정한 파도와 날씨만은 나는 모른다는 듯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지요.

거센 조류는 조금도 늦춰질 줄 모르고 게다가 비바람까지 겹쳐 구조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정한 것은 저 자연 속의 바다 날씨만이 아니더군요.

북쪽에서 불어오는 입바람이 우리 국민을 또 실망하게 했고 격분을 자아내게 했던 겁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당국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처사가 우리 국민에게 격분과 실망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어린 학생들이 당한 재난을 놓고 위로의 말을 못할망정 현 정부와 남조선사회의 진모가 어쩌고저쩌고하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 말이죠.

더군다나 같은 민족으로서, 꽃 같은 어린 학생들이 당한 고통을 함께 나누며 위로는 못 할망정 이참에 반정부 봉기를 충동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한마디로 비유해 말하면 상갓집에 기어들어와 싸움을 벌이며 수라장 만드는 격이랍니다. 특히 60년대 4·19봉기를 거론하면서 그때처럼 들고 일어나라고 부추기는 꼴은 정말 볼수록 가관이고요.

지금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데 4·19봉기 논할 땐가요. 때와 철도 없이 하는 행동을 두고 북한에서는 철딱서니가 없다고 비유하지요? 바로 저들, 북한 당국자들이 그렇다는 겁니다.

북한당국자들이 벌이는 바로 이 같은 행동을 보면서 북에서 살다 온 우리 탈북자들로서는 낯이 뜨거워 어쩔 수가 없군요.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세계방방곡곡에서 연일 위문과 조전을 보내오며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데 모르는 척 숨마저 죽이고 눈치를 보고 있던 북한당국이 비로소 겨우 입을 열었다는 게 또다시 입 삐뚠 소리를 해댔던 거죠.

저는 이것을 보면서 북한 김 씨 가문은 너무나 철면피한 족속들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면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북한에도 재난이 얼마나 많나요.

60년대에 이어 90년대까지 이어진 만포행 여객열차전복사건과 2000년대 초에 있었던 신양 역 여객차 삼중 충돌 사건 등 특대형 사건들과 함흥과 평북도 룡천군 에서 발생한 60톤급 철도 비료 차량 폭발사건을 누구도 잊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뿐인가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수년간 이어진 수백만 명의 대 아사와 여름철 낙지잡이 소형어선들의 침몰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해마다 발생하는 것도 다름 아닌 바로 인재였지요.

하지만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여러 가지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치더라도 그에 대한 처리문제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학부모들이 거처하고 있는 체육관을 찾아 직접 그들의 심정을 귀담아듣고 하루빨리 구조하겠노라 약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물론 한국에 와서 텔레비전을 통해 다른 나라 대통령들도 사고현장을 찾는 모습은 볼 수 있었지만 북한에서야 상상도 할 수 없지요. 그리고 어제 박 대통령은 학생들의 모교가 있는 경기도 안산시와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요.

저도 특별재난지역이란 의미를 잘 알지 못해 두루 알아봤더니 특별재난 지역으로 지정되면 정부로부터 온갖 지원을 다 받게 된다는 거죠.

말하자면 이 지역 주민들은 그 동안 정부의 엄청난 자금과 기타 생활용품을 비롯한 모든 물자공급을 무상으로 공급받고 전국의 국민들과 단체들로부터 무상지원까지 겹쳐 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정말 북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뿐이고 이 한국사회에 갓 정착하고 있는 우리까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이죠.

제가 이번 사건을 보면서 느낀 거는요. 군민이 따로 없다는 점이지요. 수백 척의 군함과 민간선박이 함께 동원되고 전국의 수백 명 잠수공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구조작업에 떨쳐나선 겁니다.

제가 북한에서 교육받기를 자본주의사회는 돈밖에 모르는 세상이라는 것과 개인주의에 물젖었기 때문에 돈 없이는 절대 남의 일에 나서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는데 이것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더군요.

어제 잠수에 동원되었던 21살의 잠수공 군인이 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수백 척의 어선이 사고현장에 조명등을 비추며 주며 온밤 파도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고요.

너도나도 구조작업에 자기들도 포함해 달라며 아귀다툼을 벌이기 때문에 잠수 자격증을 검열하는 일까지 벌어졌고요. 그렇다고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요.

오히려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사고현장으로 달려와 무료봉사를 하고 구조작업에 써 달라는 소망을 담아 야구계의 유명한 류현진 선수는 한국 돈 1억 원 즉, 10만 달러분의 거액을 기금 하기도 했고요.

제가 북한에서 겪었던 하나의 사실을 이야기 해 드리겠습니다. 2009년 두만강 나진 세관에서 수해지역 주민들에게 보내는 물자를 확보한다면서 중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사사여행자들의 손짐을 까다롭게 검열하더군요.

그래서 아, 수해 지역에 보낼 지원물자가 부족하니 여행자들이 불법 사품을 거둬들여 사고 현장에 보내는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한순간의 꿈이더군요.

어느 한 큼직한 방에다가 천정에 닿을 정도로 모아놓은 물자 더미에서 저녁이면 세관 군인들이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좋은 물건 즉, 시장에 내놓고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골라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허탈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지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 속담이 정말 그른 데가 없더군요. 당 간부들이 국제기구에서 보내온 지원물자를 나눠 챙기고 심지어 어린이 영양 식품까지 노동보호물자로 등록해놓고 개인 사사용무에 탕진하더니 그 아랫사람들도 똑 떼어 닮은 거죠.

북한당국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을 놓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인젠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북한동포 여러분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열린 북한방송 최철민이었습니다.

<자유조선방송/4월 22일>

논평-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나 있는가?

한국에서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습니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실종자들의 구조에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안타까움이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이 이번 사고를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도구로 활용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과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번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구조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느니, 사고의 책임이 무능한 현 정부에 있다고 하느니 하면서 박근혜 정부 비판에 열을 올렸습니다. 또 해양안전과 재난통합관리체계를 빨리 구축하고 해양안전 관리법을 시급히 내와야 한다는 제법 그럴듯한 충고까지 곁들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못된 심보입니다. 지금 한국은 깊은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번 사고를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비열하고 더러운 반인륜적 망동입니다. 더구나 김정은 정권이 한국 정부를 향해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김정은 일가는 고난의 행군시기 수백만을 굶겨 죽였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인민이 열차사고와 각종 사건으로 목숨을 잃어도 구조는커녕 보상조차 없습니다. 오히려 독재자 일개인을 위해 수많은 청년이 각종 건설현장에서 죽어가도 이에 대해 언급 한 번 한 적이 없습니다. 이에 반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고 구조작업을 지휘했습니다.

물론 이번 사고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무능함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김정은 정권이 아니라 한국 국민들의 몫입니다. 같은 민족의 아픔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못된 버릇은 이제 고쳐져야 합니다.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피해당한 가족들에게 2,400만 북한 주민의 뜻을 모아 위로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