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60일] 6자회담 추동하는 남북관계

통일부는 북핵 `2.13합의’ 직후 열린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서울-평양 상주대표부 설치를 북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2005년 16차 회담과 작년 초 18차 회담 때도 남측이 제안했던 사안으로,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라도 대화의 맥을 유지하는 등 남북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방안은 부처 간 조율과정에서 제기하지 않기로 정리됐다.

작년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7개월 여만에 재개되는 회담에서 꺼내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주제라는 지적과 함께 북.미관계 정상화의 흐름을 지켜본 뒤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정은 남북관계가 북핵문제에 연동,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북관계가 북핵문제에 반 걸음 뒤에서 쫓아가는 지금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병행 추진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선순환적 구조를 이룬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6자회담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부 입장도 비슷한 기조로 읽혀진다.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전제한 뒤 “6자회담에서 초기단계 조치가 진행되는 상황이고 핵시설 폐쇄.봉인도 안됐기에 6자의 노력을 주의 깊게 보며 실무그룹의 원만한 진행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던 올해 초 만해도 “남북정상회담은 꼭 열려야 한다”거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유용한 대화수단”이라고 했던 이 장관도 요즘은 정상회담을 6자회담보다 후 순위에 두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남북관계 일정도 `2.13합의’의 시간표에 맞춰져 있다.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은 대북 쌀 차관과 경공업원자재 제공 등을 논의할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4.18∼21) 개최 시점을 북측의 3월 개최 요구에도 불구하고 영변 핵시설 폐쇄 등 `2.13합의’ 초기조치 시한(4월14일) 이후로 잡았다.

여기에는 북한의 `2.13합의’ 이행 태도를 지켜본 뒤 대북 쌀 지원을 결정하겠다는 우리 측 계산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여전히 대북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남아있는데다 대북지원이 북한의 `2.13합의’ 이행 의지를 이끄는 촉매제로써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략은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진전에도 한계가 있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가 6자회담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향후 남북관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지연되면서 18일부터 열리는 경협위에서 대북 쌀 지원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13 합의의 큰 틀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니 대북 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2.13합의가 이행되는 상황을 본 뒤 쌀 지원 결정을 한다는 것이 정부 의견”이라고 말해 정부 내에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아직까지는 북한의 2.13합의 이행 의지가 확고하다는 판단 아래 쌀이 지원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지만 자칫 추가적 상황악화로 2.13합의 이행이 근본적으로 틀어진다면 쌀 지원은 유보될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남북관계 역시 다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6자회담과 국제협력 구도를 앞세워 남북관계가 앞서가는 상황을 일정하게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북핵문제는 우리의 직접적 이해와 관련된 것이니 남북관계의 지렛대를 통해 향후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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