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60일] 합의이행 어느 수준까지 왔나

북핵 6자회담 제 5차 3단계 회의에서 도출된 `2.13합의’는 북핵폐기를 위해 처음으로 마련된 행동계획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다시 방코델타아시아(BDA) 장벽에 막혀 빛이 바랬다.

2.13합의에 명문화된 초기이행조치는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초청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시작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위한 과정 진전 ▲5개 실무그룹 개최 등이다.

이 중 5개 실무그룹만 예정대로 한차례씩 개최됐을 뿐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을 비롯한 나머지 과제들은 사실상 진전이 거의 없었다.

북한이 BDA문제의 완전한 해결 전까지는 초기조치를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BDA 북한내 계좌에 대한 동결조치가 12일 전면 해제됐지만 `송금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온 북한은 이행시한이 임박했음에도 이렇다 할 입장발표도 없이 초기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합의 직후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지난달 5∼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2.13합의’ 이행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 충분할만큼 고무적으로 진행됐다.

`2.13합의’의 목표라 할 수 있는 핵시설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적성국 교역법 종료를 연내 동시에 이행하는데 북.미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관계 정상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회의 만큼은 아니었지만 지난달 7∼8일 하노이에서 열린 북.일관계 정상화 실무그룹회의도 그동안 막혀있던 북일 간의 대화가 재개됐다는 점에서 의미는 적지 않았다.

곧이어 지난달 중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방북이 이뤄지면서 `2.13합의’ 이행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 대가로 5개국이 주기로 한 중유 5만t 지원을 책임진 우리 정부는 2월26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거쳐 중유 5만t 지원에 드는 200억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3월7일 조달청을 통해 중유 지원을 집행할 업체로 GS칼텍스를 선정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달 19∼22일 열린 제6차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약속한 `한달 내 BDA문제 해결’ 시한이 지나자 분위기는 냉각되기 시작했다.

6자회담을 앞두고 경제 및 에너지 협력ㆍ동북아평화안보체제ㆍ비핵화 등 나머지 3개 실무그룹회의가 순차적으로 열렸지만 북한은 회의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아 의미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었다.

미 재무부가 6자회담 개막에 맞춰 `BDA에 동결된 약 2천500만 달러의 자금을 베이징의 중국은행 내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보낸다’는 해법을 발표할 때만해도 긍정적 분위기였지만 기술적 문제로 송금이 지체되면서 6자회담은 공전을 거듭한 끝에 휴회했다.

이 때문에 회담에서는 초기조치인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는 물론이고 초기조치 이후 단계를 위한 불능화 조치의 개념 정립, 6자 외무장관회담 일정 등이 전혀 다뤄지지 못했다.

미국과 한국 등은 `할 수 있는 해법은 모두 내놓았으니 이제 북한이 움직여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북한의 반응이 나오는 대로 6자회담을 열어 초기조치 이행은 물론 후속 단계까지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의 BDA해법을 받아들여 움직이지 않는 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서 “반대로 BDA문제만 풀리면 분위기는 급반전될 수 있으며 초기조치도 시한은 넘기겠지만 무리없이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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