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60일] 머뭇거리는 北..’행동 대 행동’ 고수

북미 베를린 회담과 ‘2.13합의’,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회의 등으로 순풍을 타는 듯 하던 북핵문제 해결의 기틀이 북한의 머뭇거림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2005년 10월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억눌러온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되어 있는 북한 자금.

미국은 BDA의 북한 계좌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 계좌 처리를 마카오 당국에 일임하면서 BDA문제에 마침표를 찍는 듯 했지만 묶여있는 자금 2천500만달러를 손에 쥐지 못한 북한은 ‘2.13합의’의 다음 단계로 나가지 않고 있다.

미국의 BDA문제 해결 노력은 중국은행(BOC)으로의 이체 및 북한의 인도적 사용을 거쳐 BDA에서 전액 인출 허용으로 진화하면서 최종해법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북한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북한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BDA문제에서 완전한 해결이 있어야만 초기이행조치 중 북한이 이행해야 할 핵동결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는 12일 평양발 기사에서 “조선이 2.13합의의 이행을 보류한 것은 비핵화 방향으로 발걸음을 뗄 수 있는 조건을 미국측이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BDA문제는 단순히 돈문제가 아니며 조선은 정치.군사적인 대결관계에 있는 조(북).미 두 나라가 과거의 대립점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문제로 보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가시적인 행동조치가 있어야만 북한도 행동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가시화하겠다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분명히 한 셈이다.

빌 리처드슨 미국 뉴 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평양을 방문했던 앤소니 남궁 박사도 11일 기자회견에서 “방북기간 북한측은 주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강조했다”며 “핵무기와 관련해 맞닥뜨린 걸림돌이 이와 관련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에게 돈을 찾은 직후 하루 내로 사찰단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도 결국은 동시행동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앞으로 북한의 초기이행조치 이행은 최근 미국이 취한 BDA해법을 믿을만한 ‘행동’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조선신보가 12일 “BDA 문제 해결이 지연되게 된 것은 조선(북한)과의 관계에서 과거의 적대행위를 전혀 시정하지 않고 어물쩍하려 했던 미국의 태도에 원인이 있었다”며 과거형을 사용함으로써 미국의 조치를 수용할 것 같은 뉘앙스를 남긴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BDA라는 지루하고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온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동시행동원칙은 비핵화의 기나긴 여정 속에서 일관된 원칙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2.13합의’는 초기이행조치 다음 단계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를 상정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 중국 등 관련국들은 빠른 불능화 조치의 이행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고철덩어리에 불과하고 고장과 수리를 반복하면서 가동하고 있는 영변의 핵시설에 대해 불능화 단계까지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과연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무엇을 내놓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13합의’에 미국의 테러지원국 및 대적성국 교역법 금지대상 해제 논의가 명시된 상황에서 북한은 북미관계의 진전을 블능화라는 행동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상정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6자회담과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로드맵은 단순히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고민보다는 과연 그 대가로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북한이 고수하는 ‘행동 대 행동’원칙으로 추동력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도 지나치게 엄격한 기계적 상호주의를 적용한 ‘행동 대 행동’원칙의 고수가 자칫 판을 깰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중간선거 이후 봉쇄와 압박에서 포용으로 대북정책을 전환한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역으로 정치적 비판에 직면해 포용에서 봉쇄로의 전환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대가를 끌어내려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던 경험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BDA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노력은 부시 행정부의 태도로 믿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북한도 기대치를 적정 수준에서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미국과의 협상에서 과도한 요구로 타이밍을 잃기도 했던 만큼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