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60일] 日, 비핵화-납치문제 사이 난기류

지난 2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에서 합의한 북한의 ‘초기단계조치’ 이행시한을 앞두고 회담 참가국 가운데 속사정이 가장 복잡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6자회담 시작전은 물론 지금까지도 북한의 비핵화를 중시하면서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북한핵 문제는 “우선 해결해야 할 사안”이란데 각국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납치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였다.

일본이 최근 납치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알리는 소책자를 제작해 각국 대사관을 통해 대외 홍보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나 수사 당국을 통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 수사 내역을 이례적으로 소상히 밝히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노력은 그리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른바 자국의 최대 우방으로 믿고 있었던 미국이 그동안의 대북 강경자세에서 탈피해 대북협상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한국, 중국도 일본의 강경책에 동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핵문제를 둘러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은 나머지 5개 협상 당사국들로부터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지경에 처했다.

북한이 에너지 지원을 받는 대가로 단계적인 핵폐기에 합의할 당시 일본은 납치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 한 대북지원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북한을 자극하는 등 오히려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이 6자회담에 이어 열린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담 당시 이틀 연속 회의를 파행으로 이끌면서 “일본의 납치문제 해결 요구가 파행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일본이 처한 딜레마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납치문제를 쟁점화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 입장에서는 국민이 받아들일 만큼의 명분도 없이 납치문제에 대한 강경입장을 철회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선택 카드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일본 정부의 입장이 가장 고민스러운게 사실”이라며 “아베 정권이 유턴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쉽게 강경책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0일 각료회의에서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6개월 기한으로 발동했던 모든 북한산 품목의 수입 금지와 북한 선적 선박의 일본 입항 전면 금지 등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6개월 연장한 것도 대북 압박 이외의 다른 카드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납치문제를 메뉴로 북한을 자극하는데는 역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일본 수산업자들이 중국 선적 선박을 이용해 은밀하게 북한산 바지락 등을 들여오다 적발되는 등 경제제재에 따른 부작용이 일본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또 12일 열린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협력을 천명하면서 납치문제와 관련한 협력을 요청한데 대해 원자바오 총리가 “일본 국민의 납치문제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고 동정한다”면서 “필요한 협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 협력을 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목되는 것이 이달 16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과 7월의 참의원 선거다.

아베 총리는 방미 기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인 만큼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납치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받아들일만한 어떤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아직 전망하기 이르다.

또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선전할 경우 아베 총리의 발언권도 강화되는 만큼 집권 2년차를 맞아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면서 자연스레 대북정책도 재검토할 여지가 있지만 이것도 안팎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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