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한달] 한국 어떤 역할할까

2005년 11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핵 6자회담이 극적으로 재개되고 또 `2.13합의’를 도출시키는 과정에서 이뤄진 한국의 역할을 보면 그동안 강조됐던 북.미 간 중재자를 넘어 북핵문제 해결의 주도국으로 부상한 모양새가 드러난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6자회담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한국은 BDA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포함해 북핵폐기와 제재해제를 위해 각국이 해야할 다양한 조치를 담은 `포괄적 접근방안’을 제안해 북.미를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어 앉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포괄적 접근방안’은 지난달 열린 제5차 3단계 회담에서 도출된 `2.13합의’의 기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또 5차 3단계 회담에서 “공평한 재원 분담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합의가 이뤄지고도 이행이 안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 일부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에 대북지원의 균등분담 원칙이 명시되도록 해 `2.13합의’의 이행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13합의가 도출된 지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는 별다른 이상징후가 보이지 않지만 북핵폐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핵프로그램 신고와 경수로 제공문제 등 각국이 첨예하게 맞설 수 있는 사안들이 즐비한 만큼 앞으로도 한국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중재 노력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그룹’의 운영에 관심이 쏠린다.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그룹은 북한이 단계별 핵폐기 조치들을 이행해 갈 때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뤄지는 대북 경제 지원의 내용과 시기를 결정하는 회의로, 북한의 핵폐기 이행의지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핵시설 폐쇄 및 봉인과 이에 대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이 이뤄지면 주기로 한 중유 5만t을 한국이 지원하기로 했다.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으로 적극적 이행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다른 나라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특히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북 지원은 없다’는 일본을 다독여 조속히 지원에 참여시킬 묘수를 찾아야 하고 향후 경수로 제공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하면 이에 대한 각국 간 의견 조율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은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등에서 북.미 간 이견을 조율하는 중재자로서의 한국의 역할도 주목된다.

지난 5∼6일 뉴욕에서 진행된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직전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동하고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난 사례가 상징적이다.

북.미 대화에 앞서 한국이 미국 및 북한과 각각 양자회동을 한 셈으로, 1994년 제네바합의 당시 북.미 간 협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사실상 배제됐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 지를 실감할 수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는 북.일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에 있어서도 일본과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는 한국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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