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한달] 일본 입장

일본 정부는 북한의 자국인 납치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목표로 6자회담에 임해왔다. 미사일과 핵은 미국 등 각국과 공조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이지만 납치문제는 자칫 양자 문제로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달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도 일본의 모든 관심은 납치문제에 집중됐으며, 최근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일 국교정상화에 관한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납치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 북한을 강도높게 압박했다.

일본 정부의 납치문제에 관한 입장은 아직까지는 전혀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강경하다. 납치문제 해결의 진전이 없이는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어떤 지원책을 결정하더라도 일절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과 정부간 협상으로는 1년1개월만에 테이블을 마주한 북.일 실무회의에서는 납치문제 해결을 국교정상화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일본측에 대해 북한이 ‘기해결 사안’이라고 맞서면서 팽팽한 입장차만을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에서 개최된 북.미 관계정상화에 관한 실무그룹 회의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속에 급진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처럼 북.일 실무회의가 시작부터 파행을 하고 있는 것은 사전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양측의 입장은 그동안 관계자 발언 등을 통해 이미 자세하게 알려진 상태로, 어느 일방의 양보가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북.일 양측간에는 근본적인 상호불신이 자리잡고 있어 문제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가 북한 핵실험 등을 이유로 대북 강경제재를 주도하며 독자적인 고강도 경제제재를 취했고,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동포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감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일본은 북한이 말을 듣지않을 경우 ‘단 1엔’도 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추가제재까지 취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일본을 6자회담 틀에서 철저히 따돌리는 전략을 구사하며 “일본측에 지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을 용의도 없다”고 응수하고 있다.

북한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지지율 회복을 위해 납치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북한측 실무회의 대표인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도 “이번 회의를 통해 아베 정권의 (그런한) 속셈을 알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북한의 이런 자세를 일본을 고립시키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않고 있는 ‘이중적 태도’도 무관하지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설치된 5개 실무그룹 가운데 북.일 회의만 일본측의 납치문제에 대한 무리한 요구로 삐걱거리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줘 회담 참가 6개국 중 일본을 고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또 일본의 납치문제 우선 방침에 강력 반발함으로써 정부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미관계의 호전에다 6자회담 합의에 따른 영변 원자로 동결 등의 대가로 5만t의 중유까지 얻었을 뿐 아니라, 중국, 한국 양국과의 관계도 회복된 상황에서 일본측의 ‘무리한 요구’에 쉽게 양보하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구나 우여곡절 끝에 가동되고 있는 6자회담이 본연의 목적인 북핵 문제의 해결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개별 현안인 납치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경우 다른 참가국들의 일본측 입장에 대한 비판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국내에서도 납치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집착으로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데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조선정치론)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의 합의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일본과의 실무회의에 참가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 한국과의 협상은 진전시키고 일본과 협상은 교착시키는 것은 일본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참의원 선거가 끝날 때 까지는 북한의 대일 정책 유연화는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일본도 제재강화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돌출되기만 할 뿐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끈기있게 대응하되 납치문제 해결과 국교정상화, 제재 해제를 일괄 처리하는 대담한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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