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한달] 각국 발빠른 이행 준비 행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2.13 합의’ 도출 직후부터 당사국들은 이행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국내적으로는 합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행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관계국간 의제설정 및 세부일정 조율에 집중했다.

이를 위한 고위급 인사들의 교차 방문과 최고위층간 전화접촉도 잇달았다.

‘핵심 당사국’인 한국은 가장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이행 과정을 주도했다.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장관은 합의 도출 이틀뒤인 2월 15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각각 전화 협의를 가졌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외교부 당국자들은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2.13 합의’ 설명에 나섰다.

동시에 외교부, 청와대, 통일부 등 유관부처가 모여 한국이 의장을 맡은 경제.에너지 실무그룹의 운영방안 협의에 들어갔고 이미 2월 26일 북측에 지원하기로 한 중유 5만t 제공 비용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키로 결정했다.

미국 내 움직임도 신속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13합의 이튿날인 14일 기자회견에서 ‘2.13 합의’를 “올바른 방향”으로의 “좋은 진전이자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 테러 사건 이후 테러를 저지르지 않은 점을 상기시키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도 합의 이행 필요성을 지적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라이스 장관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북한이 (핵협상을) 진전시킬 태세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라고 말해 정부측 인식변화를 미국 국민에게 전달하는데 앞장섰다.

미국 내 합의 설명 과정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기정사실화했던 정보 평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미국 내 여론 동향이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당사국간 고위급 교차 방문은 꾸준하게, 동시 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이뤄졌다. 심윤조 (沈允肇) 외교부 차관보가 2월 20~24일 미국을 방문한데 이어 백종천(白鍾天) 청와대 안보실장이 워싱턴을 방문,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을 만났다. 거의 동시에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방한해 천 본부장 등과 잇달아 회동했다.

3월 2일에는 송 장관이 라이스 장관과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 등 향후 일정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송 장관은 미국에서 곧바로 러시아로 출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 고위 인사들과 면담했다.

송 장관을 수행 차 방미 중이던 천 본부장은 같은 시간대 뉴욕에서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담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한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과 만나 이행 상황을 서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5~7일에는 새로 취임한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이, 그리고 6~7일에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연쇄 방문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6자회담을 추동하게될 남북 장관급회담도 2월 27일부터 3박4일간 평양에서 20차 회의를 열어 2.13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실무그룹 회의도 속도감있게 진척되는 모습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개최 날짜는 2월 24일께 가장 먼저 발표됐다. 김 부상은 3월 1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미국내 지한파(知韓派) 등을 만난 후 곧바로 5~6일 뉴욕서 북.미 실무그룹 회담에 참석했다.

북.미 실무그룹은 오는 19일 제 6차 6자회담 직전에 2차 회담을 열기로 합의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난항을 예고한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은 7~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견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종료됐다. 성과는 없었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회담을 열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있다.

6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나머지 세 개 실무그룹회의는 베이징(北京)에서 이번주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15일 경제.에너지, 16일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17일 한반도 비핵화 회의를 여는 방안이 유력하게 고려되고 있다.

‘2.13 합의’ 이행을 측면지원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에 대한 감시계획을 마련하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2월 23일께 방북요청을 받았으며 현재 오스트리아 빈을 떠나 방북길에 오른 상태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오는 13∼14일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6자회담 외곽에 위치해있지만 북핵문제의 암초로 작용해온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문제도 2.13합의 도출 이후부터 실질적인 해결 수순에 들어간 양상이다.

제5차 3단계 6자회담 종료와 동시에 힐 차관보가 ’30일 이내’ 금융 제재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달 26일에는 미 재무부 대표단이 마카오를 방문해 현지 관리들에게 BDA 북한계좌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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