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통일] 북핵 풀려야 남북관계도 ‘순풍’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만큼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새 정부가 기치로 내건 ‘실용주의’가 남북관계에 적용될 경우 우선 참여 정부가 도출해낸 남북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일정 정도의 속도 조절을 점칠 수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북핵문제에 대한 이명박 당선자의 시각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간 가장 중요한 현안은 북핵폐기”라고 강조한 뒤 “북핵이 폐기됨으로써 진정한 남북경제교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북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는 것이 체제유지와 주민들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폐기가 본격적인 경협의 선행 조건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당선자는 또 북이 핵을 폐기할 경우, 체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임을 공언했다.

이 당선자의 이런 발언 등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철저하게 연동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일단 올 연말로 시한이 정해진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내년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이명박 당선자 진영은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남북관계를 본다”면서 “북미관계가 잘 되면 남북관계도 잘된다는 점에서 비핵화 프로세스가 내년 남북관계의 가장 큰 변수”라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의 성실한 핵프로그램 신고로 북미관계가 잘 풀리면 차기 정부의 한미공조 입장으로 볼 때 남북관계도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북.미 간 판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신고 시한 역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설령 비핵화 프로세스가 좀 더뎌도 결렬 위기 수순을 밟지는 않고 최소한 위기는 관리돼 남북관계가 경색되거나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정책의 완전 실패가 내년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하고 북한도 지난해 10월 핵실험 때로 돌아가 다시 금융제재 등을 받는 상황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순조로울 경우 차기 정부는 적어도 참여 정부의 기존 남북합의들을 원칙적으로 존중하고 필요한 부분은 조정해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달리는 기차의 속도가 좀 조절될 수는 있어도 지금 남북관계에 놓인 레일 자체를 걷어내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불성실한 핵프로그램 신고로 비핵화 프로세스가 교착국면에 빠질 경우 남북관계 역시 경색될 수 밖에 없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참여 정부는 북핵문제로 미국과 북한이 틀어졌을 때 양측을 설득하는 노력을 했다”면서 “하지만 차기 정부는 이런 설득을 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북미관계가 나빠지만 남북관계도 곧바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가 굳건한 한미관계 복원을 강조한 만큼 이런 자세가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정보센터장은 “참여정부는 중국에 의존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그러나 차기 정부는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파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한미공조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방향을 잡았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차기 정부와 오히려 호흡이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내년 4월 총선 전까지는 남북관계가 소강국면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정철 교수는 “이 당선자 진영은 북한 문제를 성장동력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본다”면서 “따라서 차기정부가 당장 대북정책에 이니셔티브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도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관망하면서 올해 합의된 남북회담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실질적인 합의는 미룰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내년 4월 말 북한에서 열릴 ‘남북 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60주년 행사가 차기 정부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할 1차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 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는 1948년 4월 19일부터 23일까지 56개 남북 정당, 사회단체 대표 695명이 평양에서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기 위해 열렸던 회의다.

한 당국자는 “북한에서 대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60주년 행사에 남측의 민간단체들이 대규모로 방북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럴 경우 새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 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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