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정치] ⑩김정일 건강문제 상수화

“김정일이 쓰러졌다.”

올해 하반기 북한의 핵문제보다 더 큰 북한관련 화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었다.

김 위원장의 와병설은 그가 지난 8월14일자 군부대 시찰 보도를 끝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흘러나오기 시작해 9월9일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노농적위대 열병식에 불참한 것을 계기로 와병이 기정사실화됐다.

우리 정부 정보기관과 대북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8월14일께 뇌 관련 질환으로 쓰러졌다며 그의 건강이상을 확인했다. 특히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뇌졸중 또는 뇌일혈’이라고 구체적인 병명도 보고했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의 신체 왼쪽 부분이 마비됐다가 호전됐으나 여전히 일부 마비가 남아있다는 게 현재의 일치된 병세 분석이다.

김 위원장을 치료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뇌신경 전문의 프랑수아-자비에 루 박사는 르 피가로(12.11)와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뇌혈관 이상을 확인하고 다만 “외과적 수술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해 그 이전 일부 대북 소식통의 전언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그로 인한 북한의 권력공백이 북한 내부는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북한 당국은 초기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인물들을 내세워 극구 부인하다 50여일 지난 뒤부터는 김 위원장의 외부활동 사진을 잇달아 내보내는 등 그의 와병설을 불식하고 건재를 과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김 위원장의 와병설 이후 15일 현재 북한 언론은 10월4일자 대학 축구경기 관람 보도를 시작으로 축구경기 관전 2회, 군부대 시찰 3회, 군부대 및 중앙예술단체 공연 관람 2회, 경제부문 및 위락시설 시찰 3회 등 모두 10차례 그의 외부활동을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9월5일 노동신문과 민주조선에 보냈다는 담화를 한달여 뒤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와병설 이후 약 2개월만에 북한 언론이 공개한 그의 제821군부대 산하 여성포중대 시찰 사진은 와병설 이전 것이라는 혐의가 짙어 와병설을 잠재우려는 북한의 다급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와 정보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의 외부활동관련 사진 중 일부에 대해선 합성 등 손질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군부대 축구경기 관전(11월2일자 보도), 제2200군부대와 제534군부대 직속 부대 시찰(11월5일자), 중앙동물원 시찰(12월2일자)은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신의주 산업시설 시찰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신의주로 이동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현재는 외부활동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호전돼 국정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사안은 과연 누가 병상의 그를 대신하고 종국적으론 후계자로 나설 것인가였다.

일단 김 위원장이 쓰러진 후 북한의 국정운영 방식은 주로 서방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군과 노동당내 김 위원장의 측근들에 의한 집단 지도체제가 아니라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1인의 대행 통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작년 10월 당 행정부장에 기용되면서 김 위원장 다음가는 2인자로 부활한 장 부장은 김 위원장이 쓰러지자 치료 대책을 신속히 세우는 한편 노련하게 국정을 장악하고 김 위원장의 의도에 입각해 운영을 해나갔다는 후문이다.

북한군과 노동당의 고위층도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에 따른 공통의 위기의식 때문에 별다른 갈등이나 대립없이 장 부장을 중심으로 결속했으며 그의 지휘에 철저히 ‘복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소식통들은 특히 김 위원장의 마비증세가 상당히 회복된 현재도 장 부장이 북한 국정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은 정상통치에 지장이 없는 상태이지만, 아직은 건강관리를 위해 장 부장에게 맡긴 채 주요 사안에 대해서만 보고받는 수준이며 그의 공개행보도 건재 과시와 함께 건강관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여름까지만 해도 외부시찰을 나가면 한번에 2-3일씩 여러 곳을 방문해 북한 언론매체들이 “삼복철 강행군”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건강이상설 제기 이후는 대체로 하루 일정에 그친다.

김 위원장의 와병설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후계구도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북한 내부의 몸사리기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아울러 김 위원장의 9월5일자 담화를 `시정연설’로 규정해 당.정.군 간부를 필두로 학습과 실천투쟁에 나서도록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전국청년동맹 초급일꾼 열성자회의’ 등 다양한 동원집회를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을 독려하는 등 체제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또 불법행위에 대한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내년부터 종합시장 기능의 대폭 축소에 나서기로 하는가 하면 북한 매체들은 미국 등 서방이 “개혁과 개방,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먹이려고 각 방면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사회주의 원칙 고수”를 강조하는 등 ‘보수화’ ‘반동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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