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외교] ‘실용외교’ 지향..북핵문제 최대 과제될 듯

2008년은 10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이명박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한국 외교의 큰 흐름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문가를 표방한 이명박 당선자의 외교 지향은 한마디로 ‘실용외교’다. 이념과 명분의 외교보다는 국익에 기반한 실리외교를 추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한미동맹의 강화, 대일 관계 개선 및 협력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과 중국에 다소 치우쳤던 외교의 중심을 전통우방인 미국과 일본 쪽으로 더 가까이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 당선자의 생각은 ‘한국 외교의 창조적 재건’이라는 말로 잘 표현된다. 창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긴 했지만 재건이라는 말 속에 지난 10년간 유지돼온 ‘햇볕정책’을 근간으로 한 외교기조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지난 6일 대선후보간 TV 토론에서 이 당선자는 “햇볕정책 10년 동안에 북한 주민들을 따뜻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햇볕정책’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근간이었을 뿐 아니라 북핵 문제, 더 나아가 한.미 관계까지 포함한 한국 외교의 사실상의 뼈대가 돼왔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북한의 존재를 지나치게 의식한 이른바 ‘자주외교’를 지향하면서 미국 측과 불필요한 감정대립을 야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반미면 어때”라는 말을 던지는 등 ‘대등한 동맹’을 내세운 슬로건이 미국을 자극해 내용 면에서는 별문제 없었으면서도 정서적인 거부감을 서로에게 안겨줬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당선자가 ‘한미 동맹의 강화’를 언급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미국을 적극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볼 때 2008년은 햇볕정책의 굴레에서 벗어나 북한측에 ‘실리를 바탕으로 한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한미동맹의 한단계 강화라는 외교기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추진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주한미군 재배치 및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주요 현안에 있어서도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정책을 조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은 한.일 관계의 질적 변화도 기대되고 있다. 이 당선자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외교를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일 외교에서도 명분 보다는 실용을 앞세우면서 최근 수년간 악화된 한일관계 복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국 국민의 감정이 깊게 배어있는 독도 문제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은 실용을 강조하는 이 당선자라 하더라도 쉽게 다룰 수 없는 미묘함을 안고 있다.

2008년의 가장 큰 외교적 현안은 역시 북핵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이후 전체적으로 볼 때 비교적 순항해온 6자회담이 불능화 마무리 단계에서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고비를 맞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핵 프로그램 신고는 단순히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차원을 넘어 북한이 과거 핵활동을 한 궤적을 솔직하게 밝히는 ‘신뢰’의 문제라는 점에서 미국이 더욱 신경쓰는 부분이다.

만일 북한이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등을 포함해 민감한 항목까지 신고서에 포함시켜 미국을 만족시킬 경우 6자회담의 순항은 물론 북.미 관계의 극적인 진전과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없는 것을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강조해온 것처럼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정세는 ‘중대 국면’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까지 북한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시험해보기 위해서라도 ‘강수’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상호주의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북한이 문제삼으면서 6자회담의 결렬을 유도할 경우, 그리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수준을 높일 경우 한반도 정세는 파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외교전문가들은 “이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에 북한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가장 먼저 부닥칠 시련은 아마도 외교무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2008년은 벽두부터 북핵 문제로 외교무대가 바빠지는 것을 시작으로 새롭게 등장한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한국 외교의 ‘창조적 재건’의 윤곽이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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