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북한] ④대미관계 분수령

북한은 내년 핵문제 해결 속도에 맞춰 한반도 주변 4강을 중심으로 외교 및 경제협력에 보다 적극 나설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첫 자리에 놓고 있는 북.미 관계는 2006년 10월 핵실험으로 조성된 위기 이후 2.13합의 등 6자회담 성과와 함께 오랜 반목을 털어내는 과정에 들어섰고, 최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친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답신,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년 2월 평양 공연 확정 등은 이런 흐름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12.13)는 올해 북.미 관계에 대해 “현상타개에 그치지 않고 ‘밀월’이라 불릴 정도로 긴밀한 관계로 방향이 전환돼 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핵문제 진전에 따라 2008년이 북미관계정상화와 이를 통한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북미관계는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상응조치라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춤하는 상태다.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앞으로 2~3개월간은 북한과 미국간 밀고 당기기를 예상하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늦으면 내년 2월께 2단계 조치가 완료되고 3단계부터는 관계정상화도 동시 행동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상반기까지는 비핵화 로드맵과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등의 논의에서 고비를 넘겨 하반기에는 이들 사안이 맞물려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측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주고 받기’가 필요하며,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1년을 남긴 시점에서 클린턴 행정부 때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 양측이 상대측에 요구하는 ‘행동’이 제때에,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핵과 관계정상화 문제에서 지금까지 이뤄진 진전마저 도루묵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많이 제기된다.

특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의혹과 북-시리아간 핵확산 의혹에 대한 북한의 답안지가 미국의 높아진 커트라인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미 북한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에 건넨 알루미늄관에서 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현재 불능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 미국의 상응 조치가 북한의 요구에 미치지 못해 불만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말했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선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을 설득해 동시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중개자 역할을 바라는 동시에, 미국과 관계개선을 통해 외교.경제적으로 대중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왔으며 이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연철 교수는 “북한의 대외정책의 특징은 대미관계 우선과 베트남 모델 선호를 꼽을 수 있는데, 모두 탈중국화가 공통점”이라며 “탈중국화란 미국과 관계개선이 이뤄지면 경제적으로 종속화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중국에 치우쳤던 무게 중심을 자연스럽게 복원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4월 미얀마와 외교관계를 24년만에 복원한 것을 시작으로 몬테네그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스와질랜드, 도미니카 공화국, 과테말라와 차례로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10월에는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초청해 50년만에 처음으로 양국 정상회담을 갖는 등 대외관계의 폭을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섰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 투자시찰단과 유럽연합(EU) 대표단을 비롯한 외국 경제대표단의 방북 초청, 이집트 오라스콤사(OCI)의 대규모 투자 유치, 김영일 내각총리의 동남아 순방 등 대외 경제교류의 폭도 한층 넓혀가고 있다.

이는 해외자본 유치와 무역구조를 다변화하려는 것으로서, 북한 조선상업회의소 리학권 소장은 최근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외국인 기업의 편의를 제공하고 유리한 투자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나라(북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저렴한 인건비, 양질의 노동력, 세제 지원 등을 들며 외국자본의 대북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

납치피해자 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북일관계도 내년 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와 궤를 같이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언론은 일본의 대북 제재 연장, 조총련에 대한 압박 등을 이유로 대일 비난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후쿠다 내각의 출범을 계기로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북한으로서는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의 자금과 경제제재 해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으로서도 핵문제와 북미관계의 진전속에 납치문제를 계속 거론할 경우 외교적 소외 가능성을 의식,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따라 미국과 대북정책을 조율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임재형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북일관계는 북미관계의 종속변수 성격이 강해 일본 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상당 부분 맞춰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본은 북한이 납치문제에서 어느 정도 명분만 세워주면 경제제재 해소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일본에 제공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임 교수는 일본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해명, 외교무대에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유해 송환 등을 꼽고 “내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실리외교를 구사한다면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공조가 의외로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와는 철도와 공장 등 노후시설 개보수, 에너지 협력 등 경제협력에 더욱 활발하게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철도공사는 지난달 북한에 대표단을 보내 라진-핫산간 철도 개보수와 라진항 운영에 합의한 데 이어 18일에는 라진항에 대규모 화물 터미널을 건설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북한은 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위한 남북한 및 러시아간 3자협상에 동의함으로써, 2001년 양국간 정상회담 후 제2차 핵위기로 주춤해졌던 양국 관계가 경협으로 바짝 다가서는 모양새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라진항을 연결하는 등의 밑그림을 갖고 남북한과 경협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내년 핵문제 해결에 가속도가 붙으면 북한도 이에 호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에 속해 정치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러시아는 경협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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