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북한] ①’2012년 대망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의 출생 100돌을 맞는 해인 2012년을 ’강성대국 달성의 해’로 선포한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성대국’은 1998년 8월 처음 등장한 김정일 체제의 국가전략으로, 사상.군사.경제 세 분야에서 강국 건설을 의미하는데, 지난 11월 15년 만에 열린 ’전국 지식인대회(11.30∼12.1)’에서 처음으로 달성 목표 시점을 못박아 밝혔다.

’강성대국’론이 등장한 시기는 김일성 주석 사망(1994.7) 후 3년간의 ’유훈통치’ 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에 추대(1997.10)되고 이듬해 국가 주석제 폐지 등 헌법개정을 통해 명실상부한 김정일 체제가 출범한 것과 때를 같이 한다.

북한은 사상강국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도미노에서도 일심단결을 통해 사회주의를 고수해냈다며 이미 달성했다는 입장이고, 군사강국도 지난해 10월 지하 핵실험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나머지 과제인 경제문제를 향후 5년 내 해결하면 ’강성대국’을 완성할 수 있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제시하면서 동원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2012년 대망론’인 셈이다.

북한이 바라는 이상적인 로드맵은 핵불능화 및 핵신고와 동시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종료하면 이를 발판으로 국제금융체제에 편입하고 외부의 지원과 투자를 받아 경제를 재건하고 궁극적으로 핵무기 폐기를 대가로 북미관계정상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이 최근 핵문제 해결과 남북, 북미관계 개선에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것은 ’강성대국’ 달성을 위한 경제난 해결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뉴욕에서 열린 북미 금융실무회의에서 국제금융체제 편입에 강한 의욕을 보였고, 북한의 국제결제를 책임진 중추 은행인 조선무역은행 관계자는 경제발전 추동력의 하나로 금융제도를 국제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원하며 이를 위해 국제금융계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실제로 5년 후 강성대국 달성을 선포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구호를 벗어나 북한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012년은 김일성 주석의 출생 100돌일 뿐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가 70세가 되는 해인 만큼 ’포스트 김정일’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2012년의 의미는 “후계문제와 연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강국을 달성해 새로운 북한시대,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2012년을 목표로 부국강병의 대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5년 정도를 기간으로 후계구도를 본격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1980년 10월 제6차 대회 이후 아직 열리지 않고 있는 제7차 노동당 대회가 2012년을 기해 30여년만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2012년을 염두에 둔 2008년 북한의 정책방향은, 우선 대내적으로 내년 9월 정권수립 60돌(9.9)을 내세워 체제고수를 위한 충성심 고취와 함께 경제발전을 위한 주민동원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김 주석의 95회, 김 위원장의 65회 생일과 북한군 창건 75주년을 맞아 연초부터 주민 노력투쟁을 독려해 왔고 하반기에는 전국 당세포비서대회와 지식인대회를 잇따라 개최해 내년 경제발전을 위한 ’총돌격전’에 나설 방침임을 드러냈다.

북한은 내년에 또 우리의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을 선출해 ’김정일 3기’ 통치시대를 출범시켜 강성대국 건설에 매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김 주석이 사망하자 1998년 7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그해 9월 10기 1차 회의를 소집,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제 폐지 등의 권력구조 개편을 단행했으며, 5년 후인 2003년 8월 11기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다음달 11기 1차 회의를 열어 김정일 2기 통치시대를 개막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임기는 5년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구상의 현실성은 핵문제와 그에 종속된 북미관계가 어떻게 풀려나갈 것이냐에 달려있다.

유호열 교수는 “북한은 무언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고, 미국의 입장에서도 대선 국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정권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내년도 북한의 정책방향이 “유동적”이라고 전제하고, “북한이 위기조성 후 핵실험을 단행해 국면을 전환했고 이미 모든 카드를 다 썼기 때문에 확실한 진전을 위해 서두를 것”이라며 “미북관계 해결의 적기”라고 말했다.

조선신보가 2.13합의의 “2단계 조치가 이행되면 다음 단계의 행동을 일으키는 2008년에는 그야말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의 격동이 예상된다”며 “조선의 최종목표는 핵강국이 아니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의 적극 행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남한에서 10년 만에 보수우파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남북간 합의의 이행이나 교류.협력, 대북 지원 등에서 방향 자체는 변하지 않더라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새 ’이명박 정부’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북지원 등에서 인권개선 실적, 분배 투명성 강화를 위한 현장조사의 대폭 확대 등을 요구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핵시설 불능화까지는 순탄했지만, 핵신고 문제를 놓고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의 존재와 핵기술 이전 의혹 등을 둘러싸고 북미 간에 이미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고, 완전한 핵폐기 단계에 가서도 이미 제조된 핵무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로 접어들면 미국도 대선 국면이 본격화함에 따라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게 아니다.

도널드 자고리아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회장은 20일 미국 뉴욕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 대선 결과 및 한미관계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이제 부시 정부 임기가 1년여 남은 시점에서 한국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북한에는 향후 1년이 커다란 기회의 해가 될 것이고,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은 북한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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