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통일] 정상회담으로 `에너지’ 재충전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7년이 지나면서 소진됐던 에너지가 정상회담을 통해 재충전된 한 해였다.”

통일부의 한 핵심당국자는 올해 남북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남북관계는 올 초만 해도 지난해 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당국 간 대화마저 완전히 단절된 위기 국면이었지만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정부 당국자는 “굳이 핵실험이 아니었더라도 남북관계는 최근 수 년간 개성공단.금강산관광.철도ㆍ도로연결사업 등 3대 경제협력사업 외에 새 사업을 찾지 못하며 겉도는 양상이었다”면서 “남북관계 발전의 새 동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조선협력단지 건설 ▲경의선 철도.도로 개보수 ▲개성공단 3통 문제 ▲백두산관광 등 다양한 새 사업들을 각종 후속회담들을 통해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성사된 사업이 경의선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개통이다.

비록 화물에 한해 일부 구간에서 개통된 것이기는 하지만 56년 만에 철도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매일 남북을 오가는 상황이 실현된 것이다.

향후 이 열차가 평양까지 운행되고 나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된다면 섬 아닌 섬으로 남아있던 우리나라는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물류혁명 시대를 맞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의 화약고였던 서해를 경협사업들을 통해 평화의 바다로 바꾸겠다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도 주목할 만한 합의다. 다만 남북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공동어로수역 조성 문제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2007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한반도경제공동체를 향한 기틀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경협사업들이 실제 실현된다면 남북 간 상호의존성은 더욱 심화돼 남북관계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를 수 개월밖에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성사된 정상회담에서 적잖은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굵직한 사업들이 합의되면서 국내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남북관계도 대못질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일부 고경빈 정책홍보본부장은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지금처럼 우호적인 시기가 없었다”면서 “남북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고 본부장의 말처럼 남북정상회담은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서 남북이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많다.

북핵문제가 진전을 이루고 북.미 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남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4자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등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핵문제의 진전 여부에 따라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는 양상이 짙었다.

북핵 2.13합의가 도출된 뒤에야 남북이 장관급회담 개최에 합의, 7개월 간의 공백을 깨고 대화를 재개한 것만 봐도 그렇다. 남북정상회담도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는 등 북핵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더라도 성사될 수 있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북핵문제는 여전히 남북관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핵프로그램 신고 등 핵폐기 추진과정에서 6자회담이 난항에 봉착한다면 `남북관계만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다소 간의 영향은 있겠지만 남북관계가 과거와 같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은 적어졌다는 게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정부 당국자는 “작년 핵실험을 거치면서 제재를 통한 사태 해결 노력이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면서 “북핵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평화번영정책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이상 남북관계에 큰 변화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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