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발표한 경제(4곳)·공업(3곳)·수출가공(2곳)·농업(2곳)·관광(2곳) 등 총 13개 개발구는 산업 경쟁력과 교통 등 각 도(道)별 특성을 고려해 선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기존 공업, 농업 등 산업 전반 모두를 활용해 대외적인 투자 유치를 꼭 받겠다는 속내가 읽혀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이 체제유지를 위한 통치자금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13개의 개발구는 지역별로 경제개발구 4곳(평북 압록강경제개발구, 자강도 만포경제개발구, 함북 청진경제개발구, 양강도 혜산경제개발구)을 비롯해 공업개발구 3곳(강원도 현동공업개발구, 함남 흥남공업개발구, 자강도 위원공업개발구), 관광개발구 2곳(황북 신평관광개발구, 함북 온성섬관광개발구), 농업개발구 2곳(함남 북청농업개발구, 함북 어랑농업개발구), 수출가공구 2곳(남포시 와우도수출가공구, 황북 송림수출가공구) 등이다.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에 의하면, 이번 북한이 발표한 13개 개발구의 가장 큰 특징은, 외자유치에 유리한 각 도별 산업 경쟁력과 주변지역 인프라, 그리고 물류비 절약을 위한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점이다.
경제개발구로 선정된 자강도 만포는 북한에서 유일한 구리 광산이 있고 핵심 운송 수단인 철도가 가장 발달한 곳으로 뽑힌다. 구리 광산과 철도 인프라 활용한 경제개발구 조성이 예상된다. 또한 자강도는 고산지대로 각종 유명 특산물이 많아 국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서비스업종 관련 경제개발구도 예상해볼 수 있다.
또한 만포 지역은 신의주와도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같은 도에 위치한 위원공업개발구와 신의주 특구 사이에서 관련된 생산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형태의 개발구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함북 청진경제개발구가 들어서는 송평 구역은 북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김책연합제철기업소가 소재한 지역이다. 때문에 청진경제개발구는 김책기업소를 활용한 경제개발구 추진이 예상되며 이미 제철소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해당 근로자들의 임금을 시장물가를 반영해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송평 구역은 중국과 비교적 가까워 생산품이 쉽게 오고갈 수 있다는 지리적 강점이 있다. 특히 청진은 나선과 회령으로 뻗어나갈 수 있고 송평구역에는 북한의 가장 큰 시장인 수남시장과 항구와도 가까운 이점도 있다.
혜산경제개발구와 압록강경제개발구가 추진되는 혜산과 신의주 국경지역에 위치해 북중 간 무역 등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압록강 지역은 이미 많이 알려진 바대로 기존 비단섬 경제특구가 유명하다. 북한은 이번 정령에서 평북 의주군 어적리 일부 지역을 용운리에 소속시키고 용운리를 신의주시에 넘기고 용운리를 압록강경제개발구로 편입시킨다고 밝혔다.
비단섬 바로 위에 위치한 서호리(다지도), 어적리(어적도), 용운리(구리도)로 이어지는 섬들을 엮어 경제특구로 만들려는 구상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신의주 내에 경쟁력이 있는 산업 시설은 없어 지난 2006년 3월 비단섬 경제특구 계획이 발표됐을 때 국제무역센터 등 다양한 해외 산업 인프라를 유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혜산시는 북중 간 무역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평가되는 만큼 북중 간 자유무역지대와 같은 경제특구가 예상된다고 탈북자들은 전망했다.
공업개발구로 선정된 강원도 현동공업개발구, 함남 흥남공업개발구, 자강도 위원공업개발구 등에는 북한이 그동안 생산력 향상의 모범으로 선전해온 공장기업소들이 위치해 있다. 현동공업개발구가 선전된 강원도 원산시 현동리에는 광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위원공업개발구에는 구리제련소와 발전소 등이 근접해 있다.
특히 흥남공업개발구가 추진되는 함흥시에는 제련소와 비료공장을 비롯해 동해 최고 규모의 물류량을 자랑하는 흥남항이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관광개발구 2곳(황북 신평관광개발구, 함북온성섬관광개발구)은 북한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 아니다. 물론 관광 인프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관광개발구 선정에 대해 탈북자들은 예상외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신평군 평화리 같은 경우에는 평양-원산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저수지가 있어 이곳에 식당과 상점을 차려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 특히 신평군에는 임꺽정의 주요 활동 지역이었던 정방산(황북 황주군과 봉산군 사이 위치)이 있어 이를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이밖에 온성 지역은 중국 옌볜(延邊)지역과 북한을 잇는 투먼(圖門)과 근방에 왕재산(온성군 위치)이 있어 이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농업개발구 2곳(함남 북청농업개발구, 함북 어랑농업개발구)에는 북한에서 과수와 수산물이 유명한 지역으로 꼽힌다. 북청군 지역에는 대규모 사과 농장이 이미 조성돼 있고 바다와 인접해 있는 어랑 군 지역에는 수산물과 배가 유명하다. 또한 어랑군 용전리와 북청군 문동·부동·종산리는 각각 찹쌀 및 벼농사에 있어서 유명한 곡창지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농업개발구가 추진되는 지역에 쌀, 옥수수, 감자 등 곡물과 축산, 그리고 온실을 만들어 꽃을 생산하는 단지를 조성하거나 이를 가공하는 단지를 조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수출가공구 2곳(평남 와우도수출가공구, 황북 송림수출가공구)에는 수출가공을 할 수 있는 공장기업소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와우도수출가공구가 추진 중인 와우도에는 크고 작은 수산물 공장이 있는 만큼 수출가공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송림수출가공구에는 북한에서 모범 제철소로 선전하고 있는 황해제철연합기업소와 유리공장이 있고 인접한 곳에 황해항도 있다.
북한은 중국 등 외국기업들이 접근성이 유리한 지역에 지역특구를 설치했다는 점을 향후 투자자들에게 부각시키면서 외차유치를 통한 개발구 선전에 적극성을 띌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특구로 선정된 각 지방에서는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지역에 경제 일꾼들을 파견해 개발구 건설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본부장은 22일 데일리NK에 “각 도에 설치된 경제개발구는 각도 지역 특성과 경쟁력있는 산업을 통해 외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가령, 북한이 농업개발구로 2곳을 선정한 것은 이곳이 농업 관련 특화된 곳이라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13개의 경제개발구는 북한이 그동안 해온 산업 부분 등이 거의 다 포함된 것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산업을 총 동원해 외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동안의 외자유치에 실패한 사례가 있는 만큼 나름 경쟁력 있는 부분에서 개발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체제유지에 있어서 꼭 필요한 통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외자유치를 꼭 하겠다는 속내가 읽혀진다”고 덧붙였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경제발전에 주력하기 위해 많은 외화가 필요한 김정은 정권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