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선언] 종전선언 추진..어떤 의미 갖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4일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를 추진키로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한반도 안보구조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두 정상은 이날 서명.발표한 8개 항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가운데 네 번째 항으로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즉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키로 하고 남북한과 미국 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정상이 한반도지역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문제를 추진 협력키로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의 주체를 ’3자 또는 4자’로 국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간 학계 및 법조계에서는 종전선언의 주체를 놓고 전쟁당사국 또는 유엔군 참전국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주된 당사자인 남북한의 정상이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한과 미국 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으로 압축, 사실상 주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남북한은 각각 미국과 중국에 이런 방안을 통고하고 대략적인 이해와 협조를 구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노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평화협정을 김 위원장과 공동서명하겠다는 뜻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로 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 정부와 북한, 주변국이 최근 종전선언 검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현재의 정전상태를 ’전쟁종료’로 보지 않은 데서 출발하고 있다.

두 차례의 서해교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쟁이 중지된 상태’이자 ’기술적으로 교전상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미국과 북한, 남과 북이 교전 중에 있다는 게 정론이다.

이 때문에 ’지도자간 선언’이나 ’당사국간 약정’을 통해 교전 중인 관계를 청산하고 대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는 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종전선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위해서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는 사실상 종전상태에 가깝지만 이를 법적, 제도적 종전상태로 바꾸려면 ’정치적 선언’이 필요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완성이 아니라 여건을 조성하는 촉매제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언 이후 새로운 평화체제 추진에 나설 기구 설립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이를 한반도 평화관리기구로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평화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선언’ 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한 선언 3항의 “남과 북은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분쟁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키로 했다”는 원칙에도 부응한다는 설명이다.

종전선언문에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시기도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연도와 목표일정 등 타임 라인을 설정하면 관련국들의 의지 및 결의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북핵 폐기와 북.미 및 북.일 수교 문제도 종전선언과 연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신뢰구축’이란 종전선언의 실질적인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수교는 북한과 미국간의 ’기술적인 교전관계’의 청산을 의미하며 이는 곧 종전선언 이후 체결되는 평화협정의 실효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것.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종전선언은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의 종결적 형태가 아니라 평화체제의 시작”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려는 주변국의 의지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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