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1년] 평화번영 청사진서 넘어야할 산으로

작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탄생한 10.4 선언의 첫돌을 사흘 앞둔 현재 선언이 담고 있는 세부 사업들과 지향하던 바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의 정권교체 이후 남북 당국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안보와 경협.사회문화 교류, 대북지원 등을 망라하는 각종 합의 사항들이 사실상 하나도 이행되지 않으면서 10.4 선언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 정치적 상징성만 남은 합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작년 10월4일 당시만 해도 정권 말기에 합의된 전방위적 경협사업들이 다음 정부에서 이행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는 소수의 견해로 여겨졌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이런 소수의 목소리는 결과적으로 ‘정확한 예언’이 됐다.

게다가 10.4 선언의 세부 이행 계획을 담은 남북총리회담 합의서는 17대 국회때 비준동의를 받지 못해 사실상 사장됐다.

더 나아가 10.4 선언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되어버린 양상이다.

현 정부가 10.4 선언에 대해 계승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보이는 동안 북한은 남측이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부정한다는 인식 아래 대남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4월 말부터 이들 두 선언을 포함한 기존 남북간 합의를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이행방안을 협의하자며 대화를 제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남북간 모든 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선언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는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때 북측 주장으로 의장성명에 반영된 10.4선언 관련 문구가 우리 정부의 문제제기 속에 삭제되는 해프닝이 발생하면서 극명하게 노출됐다.

전문가들은 10.4 선언 이행문제가 실질보다는 명분 싸움으로 흐르는 경향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개월여 동안 10.4선언에 대한 발언을 조금씩 조정하면서도 전면 이행에 14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합의를 북핵 상황과 연계해 선별적으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에 반해 북한은 전면 이행 약속을 대화 재개의 전제로 삼고 있어 현재로선 양측이 타협점을 찾기가 지극히 어려워 보인다.

단지 어떤 경로로든 남북 당국간의 실질적 대화가 재개될 경우 10.4 선언 이행 문제에 대한 ‘절충’이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존재하는 양상이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는 남북 수뇌가 서명한 합의문인 10.4 선언의 보편적 측면을 보다 더 인식해 10.4 선언 이행 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음을 행동으로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리고 북한은 또 하나의 ‘부도수표’가 될지 모르는 구두 약속을 요구하기보다는 만나서 실질적인 이행방안을 협의하자는 남측의 제안에 호응하는 식으로 실용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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