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1년] 北 `先 이행표명’에 집착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10.4남북정상선언(10.4선언) 이행 입장부터 확실히 밝혀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에 대한 남측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남북 당국간 관계개선의 절대적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측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겠다고 분명하게 천명하지 않는 이상 남북관계 진전을 논의할 수 없고 남북관계의 파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은 10.4선언을 6.15공동선언의 “실천 강령”이자 “새 세기 조국통일의 지름길을 밝혀주는 이정표”, “통일과 분열, 애국과 매국을 가르는 시금석”이라며 남북관계의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북한이 10.4선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합의라는 점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해서는 10.4선언에 명시된 남북경협의 중장기 계획을 실현함으로써 경제난을 해결하는 것이 절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 이행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자신들의 거듭된 이행표명 요구에도 ‘만나서 얘기해보자’는 선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자 북한은 “반민족적” 등의 극단적 표현으로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대외방송인 평양방송은 30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한 국제학술회의에서 10.4선언 이행시 재원 문제를 이유로 “무조건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 데 대해 “북남선언들의 이행을 반대하는 더러운 속심(속셈)”이라며 “민족사적 위업을 몇푼의 장사거래로 비속화하는 속물적 근성”과 “금전문제를 빗대고 자주통일, 평화번영에 대한 온 겨레의 지향을 외면”하는 것을 맹비난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한 데 대해 “수뇌상봉(정상회담)과 (10.4)선언을 전면 부정, 전면무시한 그가 수뇌회담을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7.8)이라며 10.4선언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해선 아예 “10.4선언을 부정하고 북남관계를 차단”하려는 데 근본 목적이 있는 “반통일 선언”이라고 배척하고 있다.

남측 정부가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10.4선언에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여론 기만을 위한 “가소로운 잔꾀”로 폄하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남측 정부가 남북 정상이 서명한 10.4선언을 실무대표 선에서 서명한 남북기본합의서 등 과거의 다른 남북합의들과 동격으로 취급하는 것은 10.4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훼손시키고 그 이행을 파탄시키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10.4선언 이행을 북측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하자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과거의 북남합의들과 뒤섞어 어물쩍하여 넘겨버린 것”을 간과할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관계관련 제안 모두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10.4선언에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실천 방도”가 다 마련돼 있는데 “그것을 제쳐놓고 또 무슨 협의가 필요한가”라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은 남측 당국자들의 대북관련 발언이나 남북간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전부 10.4선언 이행과 연계해 비난하고 있다.

북한 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은 지난 7월 남측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를 취하자 “10.4선언을 부정하는 데로부터 그 이행을 완전히 파기하는 행동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8.3)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개성공단 기숙사 건립시 노사갈등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자 북한은 “10.4선언을 부정하고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는가 하면, 지난 8월 통일부 주관 이산가족 초청 위로 행사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흩어진 가족.친척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10.4선언을 이행하는 데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아울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비동맹운동 장관급회의 등 국제무대에서도 10.4선언 이행에 대한 지지여론 확보를 통한 대남 압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측 정부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문제를 AFR 의장성명에 포함시키려 하자 북한은 “10.4 정상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라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맞불작전을 썼고,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이 남조선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무시당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10.4선언이 실현될 경우 남측으로부터 경제 지원과 투자를 받아 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남측에서 10.4선언에 대한 입장 정리만 이뤄진다면 교류와 회담 등 남북관계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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