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윤곽 드러나는 남북경협 로드맵

남북 정상의 ‘남북관계발전 평화번영선언’에 나타난 경제협력 방안은 기존의 경협사업을 구체화하고 확대.심화하는 동시에 긴장완화와 공동번영을 동시에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경협을 위해 제도와 인프라의 틀을 갖추겠다는 뜻으로 요약된다.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은 해설자료를 통해 이 같은 선언이 “단기적이고 일회성이었던 경협사업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쌍방향 투자협력으로 전환하고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을 도모하는 관계를 형성해 평화의 물질적 토대를 구축하고 나아가 하나의 경제권을 추구해나간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개성공단의 내실화, 확대 = 남북경협의 상징적 존재인 개성공단은 더욱 확대해 2단계 개발에 조속히 착수하는 한편 이른바 ‘제2, 제3의 개성공단’ 조성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개성공단은 총 66㎢(2천만평) 규모로 모두 3단계에 걸쳐 개발할 계획이지만 현재는 전체의 20분의 1인 3.3㎢ 규모의 1단계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 2, 3단계 사업은 일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남북은 지난 6월 개성에서 제3차개성공단건설 실무접촉을 갖고 2단계 개발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의 내실화 및 확대에 합의한만큼 2, 3단계 개발사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입주 수요도 많아 최소한 2단계 분양에서는 입주업체 선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본단지 2차분양에서 200여개 기업이 탈락했는데 이들 기업으로부터 2단계 분양계획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경제계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도 3일 열린 업종별 대표 간담회에서 1단계 사업분양 탈락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개성공단 2단계 공사의 조속한 착공을 촉구한 바 있다.

◇’윈윈’의 새 경제협력 사업= 안변.남포 지역의 조선소 건설과 한강하구 준설 및 골재 이용, 서해 공동어로, 자원개발, 백두산 직항로 개설 등은 남북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북한에 남북 합작 조선소가 건설될 경우 세계적인 조선사업의 호황으로 크게 늘어난 수주물량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우리 조선업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조선업계는 중국에 대한 투자에 주력해 왔으나 면세혜택 폐지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중국의 장점이 사라져 가는데다 기술유출의 우려도 커 북한에 눈길을 돌리던 터였다.

조선산업은 남측의 자본.기술과 북측의 우수한 인력이 결합함으로써 남북경제가 보완적 구조를 가지고 발전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이번에 방북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 경영인들은 북한에 선박블록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 한강하구의 준설과 여기에서 발생하는 골재의 이용도 남북간 ‘윈윈’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한강 하구 골재 부존량은 10억8천만㎥로 수도권의 건설현장에서 20년 이상 사용가능한 규모다.

현재 북한에서 반입되고 있는 바닷모래 가격으로 환산해도 3조원 가까운 가치를 지니고 있어 이의 반입이 이뤄진다면 북한에게는 큰 수입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질좋은 골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강 하구를 준설하면 임진강 수위가 1m 가량 낮아져 장마.폭우 때마다 큰 피해를 야기해온 이 일대 수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북한의 광물자원 역시 자원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기업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특히 함경남도 단천지역은 매장량 40억t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의 마그네사이트광을 비롯 아연, 인회석 등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이한호 광업진흥공사 사장은 업종별 대표 간담회에서 “북측에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으나 세계적 수준의 제조기술을 보유한 남측은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하자원 개발이 민족경제협력에서 실현가능성이 높고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좋은 분야”라고 자원개발 분야에서의 남북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꽃게를 비롯한 어족자원이 풍부한 서해에서 남북 공동어로가 이뤄질 경우 그동안 군사적 문제로 제한됐던 이 해역에서의 조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대한 공동대처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구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은 이를 위해 ‘남북공동어업협회의’ 설립을 제안했는데, 현실화 될 경우 이 협의회에서는 △패류, 다시마, 연어.송어, 바지락 등의 공동양식 △냉동.냉장 가공업 기술 교류 △북한내 냉동.냉장 기반시설 확충 △북한산 수산물의 육로수송 추진 등 생산.가공.유통 분야에 있어서의 협력도 논의될 수 있을 것라고 수협 관계자가 전했다.

이밖에 백두산 직항로 개설과 백두산 관광이 이뤄진다면 성장한계에 직면했던 국내 항공.관광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어 해당업계가 흥분하고 있다.

◇인프라와 SOC 구축= 그동안 남북경협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 왔던 물적 인프라와 사회기반시설(SOC)의 구축에도 본격적인 협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경의선 화물 철도 개통과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이용을 위한 개보수 문제가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경의선 철도는 개성공단 물자와 북측 근로자 통근 등에 활용되며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북한에 설치될 경제특구 등 경제협력 거점과 특구와 특구를 잇는 북한의 물류 대동맥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북한내 교통시설의 현대화 사업이 현실화되면 남북간 물동량 처리가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중국철도(TCR) 등과의 연결을 통해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이밖에 북한의 개혁, 개방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 이외에 경제특구 건설도 본격 검토키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경제특구가 건설될 경우 단순히 남측기업이 진출해 생산활동만 하는 개성공단 수준을 넘어서 중국의 선전과 같이 글로벌 기업과 외국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경제자유지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지역의 경제특구 건설과 한강하구 공동개발, 서해안 공동어로 등과 같은 사업은 해당지역이 첨예한 군사대치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남은 과제도 만만찮다= 선언문에 명시된 이 같은 경협사업의 실현을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통행, 통신, 통관 등 이른바 ‘3통 문제’의 해결을 비롯한 제도적 보장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

‘10.4 선언’은 개성공단의 ‘3통 문제’ 해소를 언급하고 있지만 북한이 시장경제의 원칙을 체화하고 자본주의적 관행과 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노력이 뒤따르더라도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북한이 경협 수준을 1차산업, 임가공 중심에서 생산적 투자 단계로 끌어올리자고 하나 이것이 안되고 있는 것도 제도, 투자환경이 미비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북측이 남측에 “통크게 사업을 추진해달라”며 대기업의 긍정적인 대북투자를 요청한 데 대해 “민족번영이 남북한 당국에는 의미가 크나 남한 기업 입장에서는 민족번영도 중요하지만 투자의 수익과 경제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통큰 사업’도 제도적 조건이나 투자환경 변화가 이루어져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 사업추진을 위한 재원마련도 해결돼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개성-평산 철도 개보수에는 최대 2천900억원, 개성-평양간 고속도로의 아스팔트 재포장에는 최대 4천400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추산이다.

이밖에 전략물자 반출 제한 등 미국 또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가하고 있는 규제도 우리 기업의 대북 투자에는 중대한 걸림돌이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경협은 남과 북의 관계 정상화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걸림돌이 있는만큼 성공적인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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